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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학습열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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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쵸비 Dec 28. 2019

#02. 새의 날개 짓에서 배우는 '반복학습'의 원리

메거진 '학습열작' 에서는 공부와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쓴다.




|익힐 습(習) 자는 백번의 날개 짓을 반복하는 것...|


   어느 날, '야신'이라 불리는 김성근 감독이 대한민국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를 맡게 된다. 이 구단에 들어온 선수들은 모두 예전에 방출됐던 선수들이다. 좋아서 야구를 시작했지만 결국 야구를 포기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야구를 포기하고 헬스트레이너, 대리 운전기사 등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만 했다.     

   

   이렇게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구단을 형성하게 된다. 경기를 하기 에는 심각하게 실력도 없는, 오합지졸인 그들, 그들이 김성근 감독을 만나 끈임 없는 연습과 훈련을 통해 변화하게 되고 프로구단을 향해 도전을 하게 되는 스토리를 그려내고 있는 다큐 영화 “파울볼”의 줄거리다.     

   

   오늘도 걸그룹 연습생들은 땀을 비 오듯 쏟으며 한 가지 동작을 반복 연습하고 있다. 이들은 오직 연습생을 탈출하여 성공적으로 데뷔하는 모습을 꿈꾼다. 이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길게는 4~5년씩 혹독한 연습생 시절을 감내해야 한다. 데뷔하기 까지도 험난한 여정이지만 그 이후는 더 치열한 전쟁이다.     

  

   청소년의 희망 직업 1위가 ‘연예인’ 이다. 잠재적 연예인 지망생이 100만 명에 이른다. 등록된 연예기획사 수만 1,700개가 넘는다. 그럼에도 이들은 대중의 관심을 받기 위하여 오늘도 익힐 습의 습(習)을 반복하고 있다. 익힐 습(習) 자는 깃우(羽) 자와 흰백(白) 자의 합작이다.     

   

   그 뜻은 흰 새가 날기 위해 일 백번을 퍼덕 거리며 나래 짓을 하는 모양을 그린 글자이다. 흰 새란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어린 새를 지칭한다. 어린 새는 털로 덮여 있지만 날지 못한다. 어미 품을 벗어나 둥지를 박차고 하늘을 날 때라야 비로소 새가 된다. 날기 위해서는 깃이 있어야만 한다.     

   

   둥지에서 날기를 배우는 것이 '학(學)'이라면, 날기가 몸에 익은 것을 '습(習)'이라고 한다. '습(習)'자 속에 날개깃을 뜻하는 '羽(우)'가 또렷이 들어 있는 까닭이다.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


   최초로 인간의 기억능력을 과학적으로 연구한 사람이 헤르만 에빙하우스 이다. 에빙하우스는 스스로 피험자가 되어 오랜 실험을 하면서 학습과 기억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그는 일반적으로 한 시간 내에 매우 급속하게 망각이 일어나고 그 뒤 약간 느리게 망각이 일어나면서 결국 9시간 이후에는 64%가 망각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 달이 지나면 학습량의 21% 밖에 기억을 하지 못한다. 이것을 그래프로 나타내면 급격한 하락으로 시작해 완만한 경사로 이어지는 하나의 뚜렷한 망각곡선이 생긴다. 학습 당시 완벽하게 이해하고 기억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학습한 내용을 손실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그래프는 반복(복습)에 의해서 바꿀 수가 있다고 한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한 달간 반복 학습을 하면 기억은 처음 상태 그대로 유지된다. 효과적인 반복이 망각을 이겨내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심리학과 교수 대니엘 샥터는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은 상당히 신뢰할 만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 변하는 특성에 대해 여러 가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기억을 오랫동안 지속시키는 방법은 바로 주기적으로 반복하여 학습하는 것이다. 즉 daily restudy(당일 학습 내용 복습), weekly review(일주일 전 학습 내용 복습), monthly remind(한 달 전 학습 내용 복습)한다. 반복학습 사이에 약간의 시간 간격을 두는 것은 학습한 내용을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몇 가지 반복학습 사례들


   ‘아무리 안 되어도 100번을 반복하면 된다.’ 차동엽 신부는 「무지개 원리」 라는 자신의 저술에서 이것을 100번의 법칙이라고 하였다. 그는 이 논리의 근거를 거머리 실험에서 찾고 있다. 거머리는 기억력이 전혀 없는 동물이다. 거머리 앞에 전류가 흐르는 장치를 놓는다. 감전장치에 붙은 거머리는 전기충격에 깜짝 놀라 떨어진다. 멍청한 거머리는 이렇게 붙었다가 떨어지기를 되풀이 한다. 그런 거머리가 몇 번 감전된 후에 감전장치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게 될까? 놀랍게도 거머리는 감전장치에 100번을 붙은 후에 알게 되었다고 한다. 기억력이 없는 거머리도 100번을 반복하면 학습이 되는 것이다.  

  

   1990년대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은 8살 때 농구를 시작하여 최고의 농구 선수가 되었다. 그러나 그가 31세 때 야구선수로 도전한 적이 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아버지의 꿈인 야구선수의 꿈을 이루어 드리기 위해서였다. 농구선수로의 은퇴를 선언하고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 삭스에 입단했다. 그러나 야구라는 새로운 스포츠 분야에서 그는 완벽한 마이너리거 였다. 야구선수로는 성공을 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음악 및 스포츠 분야의 거물들은 아주 어릴 때 기술을 연마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뇌는 기술을 습득하는데 요구되는 구조적 변화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빨리 숙달할 수 있다. 숙달된 기술은 나이를 먹고 난 후에는 바꾸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개그맨 김병만의 자전 에세이 “꿈이 있는 거북이는 지치지 않습니다”라는 책이 있다. 7전8기 끝에 국민 개그맨에 오른 그의 진솔한 삶이 담겨 있다. 그는 하루 두세 시간의 잠으로 버티는 지독한 연습벌레다. 엄청난 연습으로 몸은 성한 구석이 없다.  발목 물렁뼈가 부러지고, 손가락은 볼품없이 휘어졌다. 김병만은 책머리에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온몸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달인의 책에선 묵직한 울림이 전해진다. 시중에 범람하는 유명 정치인들의 ‘웃기는’ 회고록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들은 정말 웃기는 게 뭔지, 김병만에게 배워야 한다.   


  

|성공의 비밀은 끊임없는 반복학습...


   아기가 처음 걸음마를 배우는 것을 지켜본 적이 있는가? 기어 다니다가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는 수도 없이 넘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서 걸어보려고 노력을 한다. 아무리 많이 넘어져도 "이제 다신 걷지 않을 거야" 가 아니라 수없이 반복을 한다. 그래서 걷는 것이다.   

  

   하루 연습하지 않으면 자기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동료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청중이 안다는 말이 있다. 성공의 비밀은 끊임없는 반복학습의 효과인 것이다. 익힐 습(習) 자에는 양쪽에 날개(깃우,羽)가 두 개 있다. 날개 짓을 반복해야 날수가 있다는 뜻이다. 반복하지 않고 포기하면 결국 새는 날지 못하고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신세가 될 것이다.    







<*이미지 출처:구글 이미지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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