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의 온라인 개학을, 그것도 '학교'라는 것을 처음 접하는 우리 아이가 겪어야 하다니 못내 아쉬웠다. 초등학교 정문에서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그런 학부모의 자화상을 그려내지 못한 아쉬움 때문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고 또 아이와 함께 경험하면서, 학교 정문과 집까지 셔틀만 했다면 몰랐을 (혹은 굳이 외면할 수 있었던) 세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 학교는 놀라울 정도로 학부모를 성가시게(?) 한다.
딱히 괴로운 일은 없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학교에 가서 주간 학습 자료를 수령하는 것 말고는 몸을 귀찮게 하는 일도 없다. (막상 수업을 시작하니, 부모가 꼼짝없이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다만 너무 많은 학교 발 정보에 시달림을 당한다. 학부모들은 학교와 연결된 앱을 설치해야 하고, 그곳을 통해 각종 공지가 뜬다. (그걸 만드는 선생님들도 고역이다 싶다.)
대략 내용은 이런 식이다.
1학기 학부모 임원 선발 공지
바이러스에 대비한 안전한 생활 규칙
교육부 장관의 이러저러한 서한문 등
물론 학사 일정이나, 교과서 수령 날짜 같이 꼭 알아야 하는 정보들도 제공한다. 온라인 개강이 시작된 현시점에서는 날마다의 커리큘럼이 게재된다.
육아 휴직을 하고, 아이들과 생활하는 나에게도 이런 알림은 꽤나 성가신데, 워킹맘들의 경우 어지간히 신경이 쓰이겠다 싶다. 안 볼 수도 없고, 막상 보면 '이게 뭐야'가 대다수다. 하지만 그게 또, 혹시 그 속에 숨은 정보는 없나 싶어 정독하게 된다.
두 번째, 학교와 학원의 큰 Gap을 비로소 실감하다.
매 교시마다의 상이한 접속 방법 (가령, 1교시와 2교시는 EBS, 3교시는 특정 사이트에 접속 등)과 과제 때문에 계속 붙어 앉아 있다 보니, '뭐지? 겨우 이런 거 가르치나?'라는 느낌이 솔직히 든다.
온라인 교육의 한계를 고려하여 좀 더 간단히 진행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다 하여 미리 교육시켰는데, 오프라인 학습 과제는 'ㄱ'과 'ㄴ' 쓰기부터 시작한다.
배우자와 나는 학교 커리큘럼, EBS 방송과 교과서를 보며 조금은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산수 학습지를 이제는 시키지 말까 봐."
"그렇지? 학교에서 이제 3+2 가르치고 있는데, 아무래도 학교 공부에 흥미를 잃어버릴 것 같아."
아, 어디에 기준을 맞춰야 하나... 아이의 적성과 능력에 맞춰 Your Way로 가라 하겠지? 하아~.
세 번째, 그럼에도 학교는 학교! 제도가 아이를 만든다.
물론,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은 학교에 실망했다는 말은 아니다.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듯, 늦어진 개학 탓에 아이의 생활 습관은 많이 망가진 상태였다. 책을 함께 읽자 해도 싫다, 밖에 나가 산책하는 것도 싫다. 무엇보다 학습 의욕과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잃어버리면 어찌하나 걱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기우였다. 당일 아침까지만 해도 싫다고 이불에서 뒹굴거리던 아이도, EBS 개학 방송이 시작되자 TV 앞에 정자세로 앉아 수업을 듣는다. 곧잘 선생님의 말씀도 따라 하며, (물론, 잠옷을 입은 채였지만) 과제를 수행한다.
유치원에서든, 아이 엄마든, 누군가 '학교'의 당위적 권위, 즉 '마땅히 따라야 함'을 가르쳐준 결과겠지. 그래서 아이도 학교와 선생님이 시키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학교와 선생님의 말에 잘 따르는 것은 대견스럽기 그지없지만, 그럼에도 '사회가 만든 정형화된 권력'을 당연시하는 모습이 안타깝다면 내가 삐딱해서겠지?
그래서 나보고 애들 가르치지 말라 하는지 모르겠다.
부모 입장에서는 당연 학교에서 나의 아이가 많은 지식을 배우고, 사회생활에 필요한 습관과 예의범절도 익히길 바랄 것이다. '지식'은 누구랄 것 없이 앞다퉈 가르치니 차치하고, '생활 방식'에 대해서는 학교가 그 '권위'에 기반해서 아이들을 인도하리라 기대해본다. 그래서 부모도 '학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개학 연기와 온라인 개학 관련 볼멘소리의 학부모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기사 자체보다는 거기에 달린 댓글이 생각나는데, '개학이 미뤄지면 부모가 알아서 교육시킬 것이지, 학교에 다 떠넘기고 편하게 쉬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작성자는 분명 학부모는 아니었으리라.
적절한 비유일지 모르지만, 교육에 있어서 부모는 직장의 '사수', 선생님은 '임원'이다.
사수는 나름대로의 노하우에 기반하여 안내하고 도와주지만, "이렇개 해!", "회사(사회)가 원하는 방향대로 잘하는군."과 같이 임원의 코멘트가 없다면 당최 일은 굴러가지 않는다.
상황 1.
"김대리"
"네, 차장님"
"이건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런가요? 생각해볼게요."
상황 2.
"김대리"
"네, 상무님"
"이건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넵, 맞춰서 준비하겠습니다."
나의 아이는 내가 숙제를 시키면 듣는 시늉도 하지 않는다 (흑흑). 신입사원 때 사수는 하늘 같았고, 대리가 되어서는 팀장이 일을 시켜야 했고, 지금은 임원 말도 가끔 한 귀로 '패스'하는 내가 탓할 처지는 아니지만 말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이라면,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권위가 드러나지 않기 마련이다. 아마 교육이라는 것은 보편타당한 것을 가르치기에 더더욱 그 권위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선생님이란 임원이 등장했으니, 나도 긴장하고 학부모라는 길을 제대로 걸어야겠다.
사수처럼 때로는 선생님과 한 목소리를, 그럼에도 때로는 아이를 보듬는 부모 나름의 Way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