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육아를 해보니 (3) : 효율을 생각하다

by 제성훈

캐릭터를 따라 만드는 것에 대해, 아내와 나는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아이는 하루에 두세 시간은 거뜬히 클레이로 신비 아파트나 포켓몬 캐릭터를 만든다. 만화 캐릭터를 재현하는데 집중하니, 관찰력도 좋아진 듯하고 손으로 조물조물하니 머리도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도 해본다. 그리고 이젠 나름 다른 재료도 결합하고, 추상적인 형태도 만들어 보기 시작하니 내 입장에서는 만족스럽다.


반면 아내는, 학업과 아무 관련 없는 캐릭터에 빠지는 것이 마땅치 않은 모양이다. 굳이 만들기를 하고 싶으면 나무나 집 같은 일반적인 모양도 만들고, 클레이 대신 물감과 붓, 혹은 다른 기법이나 교구로 다양하게 시도하길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캐릭터에 빠지면, 그와 연계된 게임에도 관심을 돌리기 마련이라 걱정이 되는 건 이해한다.


그러던 나는 얼마 전부터 첫째를 남자아이를 위한 미술학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아름답거나 꼼꼼하게 채색한 그림이 아닌, 자신만의 조형미와 관점에 따라 자유롭게 만들면서 상상력을 키우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그곳에는 선생님이 주는 과제도 없고, 평가도 없다. 굳이 남자아이들만으로 구성하는 이유는, 같은 또래 여자아이들 대비 아름답게 그리지 못하기에, 섞어 수업을 진행하면 스스로 주눅이 들기 때문이란다.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아이도 남자들만 있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물론 그곳에서도 아이는 마인크래프트 캐릭터를 만든다. 종이상자를 잘라 붙이고 채색을 하면서 말이다. 당장의 미술 수업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사물을 제대로 그리는 법도, 배색에 맞게 꼼꼼하게 칠하는 법도 배우지 않는다. 더군다나 마감 시간이라는 개념도 없으니, 캐릭터 하나를 만드는데 한 달의 수업을 다 쓰기도 한다. 본전 생각이 날만도 하다.


연년생 처조카만 보더라도, 영어를 꽤 능숙하게 하고, 영어로 된 동화책을 스스로 만들어 보기도 하니, 당장 우리 아이와 격차가 커 보인다. 스스로 영어를 잘했을 리는 없고, 인내심과 지극한 노력으로 교육을 시킨 부모 역할이 컸을 테니, 방임적인 나의 교육 방식이 아내 입장에서는 마땅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부모 입장에서의 효율 문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록 당장에 학업이나 취업 등에 쓰임새가 있는 영어 공부는 아니더라도, 아이는 학원에서 처음으로 글루건을 접해보고 스스로 사용해보았다. 그리고 오늘은 처음으로 톱질에 도전할 것이다. 공방 같은 그 학원에서 이런저런 새로운 것들을 보고, 본인도 스스로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효율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그다지 쓸모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아이가 좋아해서 보내고는 있지만, 소위 '가격 대비 가치'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느낀 점은, '효율'은 내가 계산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막상 육아를 해보니'라는 이 글을 처음 써 내려갔을 때, 하루 열두 시간의 공백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했었다. 그런데 그 시간을 '공백'으로 규정하고,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고민한 것은 아이가 아닌 부모다. 물론 아이들은 아직 옳고 그름과, 좋고 나쁨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부모가 가이드를 해야 한다. 세상에 얼마나 다양하고 멋진 것들이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바로 부모의 역할.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해 나갈지는 아이 스스로 결정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저 내가 할 일은 새로운 것을 무서워하지 말라고, 살짝 어깨를 툭치며 앞으로 나가게 하는 정도 아닐까? 스스로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다면, 그 시간은 결코 그 아이에게 낭비는 아닐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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