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라서 때로는 미안해 (1)

by 제성훈

예전에 나는, 남자는 멀티로 일을 못한다는 말을 쓴 적이 있다. 그게 어떠한 생물학적 이유이든, 단순히 마음 가짐의 문제이든 간에 한 가지 확실한 건, 전업 육아를 한 지 사 개월이 되었지만 아직도 두 아이를 동시에 돌보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애당초 두 아이와 두 가지 다른 놀이를 동시에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실제 내 생활을 돌이켜보면, 두 아이를 돌보는 것 외에도 다른 일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 밥 짓기, 설거지와 빨래. 그리고 아이 숙제에 들어가는 시간도 만만치 않은데, 엄밀히 말해 숙제는 해야 할 일을 처리하는 것이지 아이와의 온전한 시간 보내기는 아닌 듯하다.


우리는 막상 밥 짓기와 빨래와 같이, '나'의 해야 할 일 때문에 아이를 뒷전으로 미루는 경우가 있다. 설거지를 하려고 수세미에 세제를 묻혔는데 아이가 놀아달라거나 책을 읽어달라거나 하면, "잠깐만 기다려줄래? TV나 보고 있던지"라고 답하기 십상이다. 당장 나의 일을 처리하고 싶은데 아이가 번거로워지는 것이다. 지금 세탁을 하지 않으면 당장 내일 아이가 입을 옷이 없다는, 그런 마음속의 변명을 하면서 말이다.


유치원 통학버스에서 내린 둘째는, 자신이 좋아하는 뻥튀기를 사기 위해 시장에 가자고 졸랐다. 그리고 또 어느 날인가는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때를 썼다. 예전 같으면, "형 혼자 집에 두어서는 안 돼."라고 말하며 우는 아이를 업어 들고 집으로 향했을 것이다. 집에 가면 휴대폰을 보여 준다거나, 아이스크림을 주겠다는 꼬드김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정말 첫째가 걱정되어서였을까, 아님 도시락 통을 빨리 씻고 저녁밥을 지어야 한다는 조바심 때문이었을까?


그래서 요 며칠부터 마음을 다르게 먹기로 했다. 아이를 우선으로 하자. 그리고 통제 가능한 상황이라면, 한 아이를 위해 다른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양보를 강요하지는 말자. 큰 아이는 스스로 문을 열 수 있고, 냉장고에서 음식도 제대로 꺼내며, 정수기를 사용할 줄 안다. 혼자 집에 있을 때에는 누군가 집에 와도 인기척을 내지 않으며, 문을 열고 탈출하는 법도 알고 있다. 물론 실제 그런 일이 발생하면 잘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전열 기구를 꺼 놓은 채로 나간다면, 집이 보이는 아파트 앞마당에서 둘째의 자전거 타기를 봐주는 정도는 할 수 있는 것이다. (집이 이 층에 있는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실제로 홈 스쿨링에 가까운 육아를 하다 보니, 유치원보다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에게 더 신경이 집중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수업도 진행해야 하고, 과제도 시켜야 한다. 그래서 둘째는 형 곁에서, 형이 하는 것을 구경하거나, 공부가 끝나면 형과 함께 노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첫째 곁에 붙어 학습을 하고 나면, 나는 밀린 집안일을 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매 번 그렇게는 못하더라도, 아이를 우선순위에 놓자. 가족이 함께 하자. 함께가 아니라면 서로서로 공평하게 같은 시간을 나누어 갖자. 가사 일이라는 명분으로 둘째가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하자. 아이가 뻥튀기를 홈런볼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 아이와 손을 꼭 붙잡고 둘이 시장에 가지 않으면 알 수 없었을 것이며 (아이가 좋아하는 뻥튀기가 그것을 좀 닮긴 했다), 얕은 경사면을 자전거를 타고 내려올 때면 자지러지게 웃으며 눈이 반달이 되는 것도 함께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니, 함께 있어도 그 아이에 집중하지 않으면 미쳐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다.


첫째는 그만큼 먼저 자라 부모의 테두리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그럼 그때 둘째와 충분히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아이도 나도 지금이 아니면 함께할 수 없는 일들이, 교감이 있는 것이다.


외할머니와 엄마가 더 좋다 하면서도 어디 부딪히기라도 하면 나에게 달려와 폭 안겨 기대는 모습은, 그 아이가 나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알려주고 있다. 유치원 통학 버스를 탈 때면 차창으로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는 것도, 엄마와 형은 집에 두고 뻥튀기를 사러 둘이서만 손잡고 걸어가는 것도 지금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일이다.


계속 되뇌지 않으면 자칫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아이에게 집중하자. 아이를 위한 일이 아닌, 나의 아이 그 존재에 집중하자. 그건 대단한 이벤트를 기획하는 것 수도, 지겹도록 반복하는 놀이를 끝까지 함께 하는 일상의 공유일 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든 남은 휴직 기간 동안 알아내고 함께해야 할 일임에는 틀림없다. 물론 그 이후에도 말이다.


밥 할 때 너희들 목소리에 귀 못 기울이고, 형이 공부할 때 너의 목소리에 신경 쓰지 못하는, 멀티가 안 되는 아빠라서 미안. 하지만 계속 노력할 거라는 건 알아줘. 그리고 형아도, 동생만 예뻐라 하는 건 아니야. 알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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