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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안테스 Mar 22. 2024

사과의 방법

남아일언 중천금

3.5. 화요일

폭풍 같은 5일이 지났다.

기숙사입소, 적응교육, 학급편성, 호실생활, 입학식,

첫 수업을 하고 본격적인 학교생활의 시작이다.


최근에 눈을 뜨고 이렇고 놀랐던 적이 있었나 싶다.

어제 종례 때 아이들에게 약속을 했다.

66일의 습관형성 프로그램 기간 동안,

새벽운동을 같이 하겠다고...

알람을 10개나 맞춰놓고 잤는데,

눈을 떠보니 등줄에 소름이 돋는다.

너무 환한 창밖 풍경...

새벽 6시면 이렇게 환하면 안 되는데... 그러면 안 되는데...

시계를 보니 7시 50분을 가리키고 있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일요일에 이사를 하고, 정리를 한다고 밤을 새우고,

그대로 어제 첫새벽운동에 참여했다.

40대 후반의 나이와 체력을 경시했다.


2번째 날부터 약속을 지키지 못하다니...

새벽 운동을 나가야 하는 것이 의무는 아니다.

문제는 내 입으로 함께 하겠다고 약속을

한 것이 문제다.


부랴 부랴 출근을 하고,

수업을 하고,

점점 종례가 다가올수록 아이들

얼굴을 어떻게 보지란 생각이 든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사과는 이렇다.

미안합니다.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할까요?'


선배와 후배,

교사와 제자,

부모와 자식,

나이와 상관없이

미안한 사람이 사과를 하는 것이다.


핑계와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나,

미안하다고 말하고,

그런데 말이야라고 시작하는 변명을 하기는 싫었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내일부터 다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혹시나 내가 새벽에 보이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말이 나오지 않겠다는

말은 아니라고 말했다.


부담감을 덜고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겠다는 말이라고 했다.

오늘은 3.22일 금요일.

3.4일 이후 약속을 지켜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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