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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안테스 Mar 25. 2024

행운의 여신

골든타임

입학식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연락이 왔다.

입학식장을 정리하고 있던 행정직원에게

학부모님이 담임선생님과 통화를 하고 싶다고 

요청을 했다고 한다.

행정직원의 전화로 잠깐 통화를 하고,

학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차를 돌려 학교로 돌아왔다.


21시 이후에는 학부모님이

모두 학교를 빠져나가야 하는 시간으로

통보되어 있어서인지,

학부모님은 학교를 이미 나가신 후였다.


그렇게 어머니와 한참을 통화를 했다.

입학식이 끝나고 만난 아이가 많이 울었다고 한다.

어제는 밥도 먹지 않고, 

하루종일 자판기 과자로 해결했다고도 했다.

아이와 빠르게 상담을 해서,

얘기도 들어보고,

문제가 있으면 해결을 하겠다고 하고 

통화를 끝냈다.


아이의 학부모님은 

기숙사에 입소하기 며칠 전

개명을 했다고 학교로 연락을 하셨고,

관련 서류를 학교로 보내셨다.

명찰 등은 급하게 이름을

변경하였지만,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었다.

면학실 자리, 전체 교육 시 강당 좌석표,

활동 시 학급 명렬, 장학고사 자리표 등은

신입생 입학전형에서 제출한 

신상명세로 이미 완성이 되어 준비를 

끝낸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이를 불러 상담을 진행했고,

아이는 서러운지 울면서,

지금까지 본인에게 벌어졌던 불운과,

친구들 사이에서의 오해(?)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정확하게 개명을 한 이유는 모르지만,

기숙사에 입소하면서 

새 마음 새 뜻으로 학교 생활을 시작하려고

했었던 계획이 계속 틀어져서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이미 생기부 자료가 넘어와 

등록이 끝난 상황이라 

출석부에도 당연히 개명 전 이름으로 등록이 되어있었고,

개학하는 날 6번의 수업에서

이 아이는 개명 전 이름으로 호명이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행운의 여신이 이 아이를 일부러 피해 간 듯,

기숙사 호실배정에서도 다른 반 학생과 

룸메이트가 되었다.

기숙사는 같은 반 동성의 학생이 4명씩 짝지어

호실이 배정되어,

4명이 모두 같은 반 학생이거나,

적어도 4명 중 2명은 같은 반 친구로 배정이 된다.

그런데 이 아이가 배정된 방만,

1,2,3반에서 한 명씩이 배정되었다.


올해 신입생은

모든 전형에서 경쟁이 치열해

역대 최고로 많은 학생들이 입학을 했다.

늘어나는 학생수에 맞춰

강당 의자를 늘렸지만,

정확하게 한 자리가 모자랐다.

강당의 모든 고정식 좌석에서

딱 한자리가 모자랐다.

그래서 강당의 맨 앞 줄에

이동식 의자 하나가 놓아졌다.

이쯤 되면 눈치를 채셨을 테지만,

행운의 여신의 장난인지,

하필이면 이 자리가 우리 반의 끝 번호인 

이 아이에게 배정이 되었다.


정말 놀랍게도 

아무도 일부러 그런 사람이 없는데,

지독하게 이 아이게만 불운이 따랐다.


결정적으로 이 아이의 멘털을

나가게 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개학전날 하루종일 식사를 거르고,

과자로 끼니를 때우다,

서러워 울면서 전학을 가겠다고 

부모님께 전화를 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아이의 말로는

 기숙사에서 반 여학생 모임이 있었고,

거기에 본인만 초대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안 그래도 호실에 같은 반 친구가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기숙사 전통(?)인 학급 여학생 모임에서

배제되었다고 생각하니 설움을 참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나중에 확인해 본 결과 오해가 있었다.

이 얘기는 수요일에 연재하도록 하겠다.


어쨌든...

사실 관계를 확인해 볼 일도 있었지만,

내가 아이의 입장이라도,

연속되는 불운에 멘털 유지가 힘들었을 것이다.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해결을 해보겠다고 약속을 하고,

"너는 잘못한 일이 없다.

그러니 속상해하지 말아라

이건 네 잘못이 아니다.

스스로 문제가 있어 벌어진 일이 아니니,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라.

그리고 학급모임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를 파악한 후에 속상해할 일이니,

미리 단정 짓지는 말아라"


기숙사와 통화를 했다.

우연히 그렇게 배정이 된 것이 맞았다.

기숙사에서는 이번 학기에 모두 다른 반으로

편성된 아이들에게는 2학기 기숙사 배정 때

제일 친한 친구 한 명을 넣어서 방을 배정하는

메리트를 주기로 했다고 한다.


나이스 상의 학생 이름 변경은,

생기부 정정대장을 작성하고,

학교장의 결재를 받아,

개명으로 인한 인적사항 변경으로 처리를 했다.


온라인 수업 출석부를 담당하는 선생님에게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내일부터는 수업시간 출석을 부를 때,

개명 전 이름이 불리지 않도록 수정을 요구했다.


그리고 면학실 자리배치,

동아리 배정 등 아이의 개명 전 이름이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업무담당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수정을 요청했다.


수요일에는 학급회장, 부회장 선거가 있다.

종례시간에 학급회장으로 당선되는 친구는

학급을 대표하고, 봉사하는 의미로

강당에 있는 별도 의자에 앉아야 한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강당에서 행사가 교육이 있을 때,

졸거나 자는 친구가 있으면,

그 친구를 그 자리에 앉히겠다고 했다.


사건을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정확한 원인을 찾고,

그리고 그 어떤 것보다 사실 중요한 것이

시간이다.

뭐든지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기숙사 학급 여학생 모임 왕따사건만

빼고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

결과론적으로 오해였지만,

이 이야기를 수요일에 연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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