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랑인가 기억인가(2)
눈물만 흘리고 있는 너를 집에
데려다주고 한참을 차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화가 나든지
눈물이 나든지,
뭐 그래야 될 것 같은데....
실감이 나지 않아서인지,
막연히 이별을 예상하고 있었던 탓인지
멍하니 차 안에 앉아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모두 다 잊고서
다른 사람 만나는 널 보아도 슬프지 않게
그저 바라보고 있었어 한참 동안 니 옆에 그 사람까지도
잠시라도 더 보려고
다시 혹시라도 널 보게 되면 그땐 모르는 척해볼게
웃어도 볼게 지금의 너처럼 우-
눈감지 말고 보낼 걸 가는 널 꼭 지켜볼 걸
차가운 너의 걸음에 마지막 내 눈물도
묻혀서 보내버릴걸
너무 모진 너의 모습이 미워져 버렸어~
'하... 타이밍... 보소...'
슬픈 곡조는 제쳐두고,
감정 이입되는 가사까지...
왠지 이 노래가 그렇게 한 것처럼
슬픈 감정을 쥐어짜 눈물이라도
흘려야 할 것 같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 지난 다음
저 노래가 뭔지 찾아봤다.
저 가수를 심지어 좋아하기까지 됐다.
살면서 부딪히는
의도치 않은 것들이
상황과 처지와 만나
의미가 되기도 한다.
5년간의 진전 없는 만남,
오랜 기간 변함없는 부모님의 반대...
너는 지쳐있었고, 15일간의 유럽 배낭여행은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를 한계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다음 너에게 들은
얘기에 따르면,
니스 해변에서 물에 빠진 너를 구하고
석양으로 물든 하늘 아래에서
무릎을 꿇고 그 녀석이
너한테 고백을 했다고 했다.
아마, 스터디를 하면서
너를 짝사랑하고 있었겠지.
짐작하건대
나와의 결론 없는 5년간의 만남,
그 녀석에 대한
인간적 호감과
15일간의 배낭여행 중 헌신적으로
너를 위해 애써준 모습과,
니스의 석양과 여행이 만들어 낸
마법 같은 감정이
너를 흔들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