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외로움 & 흔적에 관하여

by 안다훈



이번에는 '손으로 쓴 흔적'을 그러모았습니다. 제가 쓴 글과 저를 위해 써 준 글이 함께 실렸습니다.





1. 외로움







외로움



외로움. 영원할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허무하리만큼 쉽게 지워질 수 있는 것.

한 번 집착하기 시작하면 더 깊이 파고 들어가게 되어

빠져나올 수 없게 되는 것.

곁에 있는 사람들마저 떠나보내게 하는 '원동력'과 같은 것.

그리고 지독해지는 것. 객관성을 잃어버리는 것.

마음이 피폐해지는 것. 지금까지 적어놓은 내용처럼

암울하고 어둡고 부정적인 것들로만 한가득한 것.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지 못 하고 있고

애써 외면하려고 하며, 외로움으로 시선을 다시 돌리려 한다.

마찬가지로 남에게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마치 자기는 다 알고 있는 것마냥,

그렇게 자기는 실천할 수 있을 것마냥 말을 해 주면서

정작 본인에 대해서는 조금도 적용시키지 못하며

한없이 힘들어하고 또 발버둥 친다.






진부한 표현과 내용. 그런데도 기억에 남는 까닭은 글을 썼던 상황 때문입니다.

연극 동아리 선배와 단둘이 동아리방에 있을 때 선배가 말했습니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외로움을 주제로 글을 써 보자고 했던 것 같아요.

시간을 정했으며, 다 쓰고 나서 완성할 글을 얘기해 보자고 했습니다.

이면지를 꺼내 뒷면에 글을 썼죠.

한 번에 써 내려간 날 것 그대로의 글. 지금보다 다듬어지지 않은 글.

그래도 좋았던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스무 살쯤에 썼습니다.












2. 하나 있는 친구에게 묻다







작가가 책을 통해서 그러하고

음악 하는 사람이 곡을 통해서 그러하듯이,

나도 나만의 방식으로 흔적을 남기고 싶다.

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난 무엇으로 나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을 만들 수 있게 될까.


-


라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된 질문.


내 경우에는

일단 자가출판을 통해서 나올 내 책.

그리고 아직 먼 일이긴 하지만,

작사를 하게 되면 그것 역시 내 흔적이 될 수 있겠지.


너에게는 그게 무엇이 될까?

아니면 무엇이 되기를 바라니?




/




흔적.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던가.

어쩌면 이 속담에도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 우리 인간의 본능이 숨어있을까.

이상하게도 어릴 적부터 죽음이란 무엇일까, 그 뒤엔 무엇이 있을까? 내가 죽으면 과연 누군가가 나의 흔적을 기억할까?

이런 소재의 생각을 많이 했던 나는 비로소 중학교에 올라갈 때 즈음 이런 생각을 그만뒀다. 정확히는 그만둔

게 아니라,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아. 처음 시작하는 중학교 생활이 바쁘기도 했고, 친구들과 공감대를

같이하다 보면 이런 얘기는 뒷전으로 밀리곤 했으니까. 고등학교 때야 말할 것도 없지. 오랜만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대학교 때였다. 연극 미라클을 올린 직후에, 과연 이곳에서 내가 무엇을 얻어 갔을까? 아이들의 마음속에

내 흔적이 남았을까? 아니야. 관객의 마음속에 흔적이 남았을까? 글쎄. 그러면 어떤 것이 남았지?

생각해 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생각했다. 타인에게 흔적을 남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구나.

알고 있었는데도 금세 까먹는 이야기다. 여하튼 본론으로 돌아가면, 내가 남기고 싶은 흔적은 '음악'쪽일 것 같아.

밴드가 해체되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음악가들이 죽어도 노래는 남는다. 악기와 목소리. 언어가 있는 한

이 음악들은 사람들의 휴대폰 mp3에서 재생되고, 사람들은 이 노래를 흥얼거릴 거야. 상상만 해도 신나는

일이잖아? 내 음악이 사람에게 어떤 감정, 메시지를 전달하고 또 사람들은 내 음악에서 희로애락을 느끼고.

그런데 이 '흔적'은 내가 만족하고, 상대방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퀄리티 정도가 되어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소위 말하는 남부럽지 않은 수준. 그래서 내가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아.

하지만 세상 규모 말고, 작은 수준의 흔적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말이야.

하물며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함께 했다면, 함께한 사람들은 서로 그 '흔적'을 기억하겠지?

너와 내가 노가다판에 가서 고생했던 일들, 생각했던 감정 등등. 서로가 기억하는 거지.

단 한 사람이라도 기억할 수 있다면, 나는 세상에 흔적을 남긴 게 아닐까?

눈에 보이거나 물체로 남는 것들로 흔적을 남길 수 없다면, 인간에게 흔적을 남기고 싶어.

가족도 내 흔적, 내가 지금까지 맺은 관계를, '나'라는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나'를 잊기 전까지는 흔적을 남긴 건가. 답이 너무 늦어서 미안해. 덕분에 이거

쓰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 가끔은 사색하는 것도 재밌는 듯?






스물다섯 살에 묻고 스물여섯살에 답장을 받았습니다.

아무에게나 말을 꺼내고 싶지 않기에 지금까지 세 명에게만 물었습니다.

답장은 두 명에게 받았네요.

나중에 또 '흔적에 관하여' 묻게 된다면, 질문을 조금 수정해야 할 듯합니다.

에세이를 한 권 냈으며 요즘 두 번째 책 출판을 준비 중이거든요.












3. 테일러링을 공부하는 아는 동생에게 묻다







작가가 책을 통해 그러하고

음악 하는 사람이 곡을 통해서 그러하듯이,

나도 나만의 방식으로 흔적을 남기고 싶다.

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난 무엇으로 나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을 만들 수 있게 될까.


-


라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된 질문.


내 경우에는 일단 자가출판을 통해서 나올 내 책.

그리고 아직 먼 일이긴 하지만,

작사를 하게 되면 그것 역시 내 흔적이 될 수 있겠지.


너에게는 그게 무엇이 될까?

아니면 무엇이 되기를 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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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질펀한 진흙탕에 푸-욱 담겨졌다 나온

신발의 자국과 같은 흔적이 되고 싶네.

내 삶에 푸욱 담겨졌다 나온

나의 그 무언가는

얼마나 깊이 있게 눌렀는지,

내 삶은 얼마나 질펀했는지

알 수 있는 나의 흔적.


나의 그 무언가...

나의 그 무언가는 무엇이 될 것인가... 뭐가 되려나... 하아...

시작도 하지 않은 내가 흔적을 찾기엔

조금 이른 것 같아 갈피를 못 잡지만

아주 많이 거창한 흔적을 생각하게 된다네.


명품이 장인들은 죽지 않는다네.

크리스챤 디올의 아뜰리에가 그러하지.

그들의 영혼은 밤만 되면 어슬렁대며 간섭을 해댄다는군.

그런탓엔가. 직원들은

'우린 여전히 그분을 위해서 일하죠'라고 말한다네.

이것이야말로 가장 거대한 흔적이 아닐까.


무얼 써야 할지 몰라 뻘소리 좀 썼다네.

시 같군.

나도 몰라 흔적.






'흔적에 관하여'를 묻지 못한 지가 벌써 팔 년째입니다.

아무에게나 가벼이 건네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인 듯합니다.

다시 또 묻고 싶은 누군가가 나타나 질문지를 건네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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