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무균실에서 지내는 사십 여일 동안 원치 않는 단식을 했다. 화장실, 손 세정제, 간호사 선생님이 내 자리에 올 때마다 쓰는 손 소독제 등 온갖 냄새에 비위가 상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식사가 들어오면 메슥거렸다. 식판을 눈앞에 두고 한참 쳐다봤다. 냄새를 견딜 수 없어 몇 숟갈 뜨는 일마저 관뒀다. 밥 대신 누런 영양제를 달았더니 이십사 시간 내내 속이 안 좋았다. 다른 환자들이 끼니를 거르지 않았던 걸 보면 내가 유별났던 걸까. 밥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부러웠다.
엔커버를 처방받았으나 옥수수 맛과 커피 맛 모두 우울했다. 종이컵에 따른 미지근하고 불투명한 액체를 보면 착잡해졌다. 소포장 된 과자 에이스는 짠맛이 심했으며 참 크래커는 딱딱하고 약간 짰다. 통조림 과일은 입이 찢어져서 그런 건지, 베어 먹을 때마다 피가 묻어서 얼마 없던 식욕까지 떨어졌다. 탄산음료를 마시면 몇 시간 동안 속이 아프고 괴로웠다. 어찌 될지 알면서도 먹고 싶어서, 억울해서, 억지로 몇 번 마시다 바보 같아 관뒀다. 그나마 쁘띠첼이 먹을 만했고 포카리스웨트, 파워에이드, 게토레이, 이프로, 오로나민씨, 미에로 화이바 위주로 마셨다.
비빔밥, 만둣국, 김치볶음밥, 짬뽕밥, 삼계탕, 뭐가 나와도 아는 맛이 아니었다. 입맛과 기억이 일치하지 않아 분명 맛있을 텐데 몸이 거부했다. 다른 분들이 김이나 볶음 고추장 튜브를 추천하셨지만 소용없다는 걸 안 해 봐도 알 수 있었다. 이땐 컵라면을 쌓아 놓고 먹었다. 처음에는 하나도 다 먹기 힘들었으나 얼마쯤 지나니 적응돼서 먹을 만했다. 종류별로 사다가 뭐가 잘 넘어가는지를 알아 갔다. ‘불닭볶음면+핫바’ 조합으로 몇 번 먹었는데 한번은 친한 쌤이 먹을 줄 안다고 해 줬다.
속이 편한 건 구운 도넛에 바나나맛 우유나 허쉬 초콜릿 드링크를 곁들인 조합이다. 세척 사과도 나름 괜찮았다. 요구르트는 감칠맛 나고 좋았다만 자꾸 토하게 돼서 안 마셨다. 나중에는 꼬불거리는 면에 물려서 돈가스나 덮밥을 포장해 왔다. 편의점에서 파는 닭강정을 두어 번 먹었으나 치킨만 그리워졌다. 불닭 시리즈와 컵라면을 자주 먹을 땐 건강이 걱정됐지만, 이거라도 먹어서 다행이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무얼 먹든 적응 기간을 겪었기에 조금씩 남겼으며 먹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다.
환자식은 맛없다. 일반식은 그래도 나으나 저균식은 정말 맛없다. 멸균식은 식판부터 그릇과 수저까지 다 뜨거우며 끔찍하게 맛없다. 나물류는 흐물거리고 익힌 김치는… . 몇몇 반찬은 아예 뚜껑을 닫았다. 입원해 있는 동안 치료만큼은 아니더라도 ‘먹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먹고 싶다는 욕구든 먹어야 한다는 의무감이든 그다음이다. 또 다른 관문으로 ‘먹어도 되느냐’가 있다. 어쩌다 사 오고 싶은 게 생겨서 여쭤보면 멸균 처리된 게 아니라서, 위생적이지 않아서, 진열했던 걸 비닐에 포장한 거라서, 생야채라서, 이래서 저래서 안 되는 게 많았다. 입이 짧고 비위가 약한 사람이 장기간 입원하면 피곤해진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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