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밥은 어떻게 먹으면 좋을까

by 안다훈



준무균실에서 지내는 사십 여일 동안 원치 않는 단식을 했다. 화장실, 손 세정제, 간호사 선생님이 내 자리에 올 때마다 쓰는 손 소독제 등 온갖 냄새에 비위가 상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식사가 들어오면 메슥거렸다. 식판을 눈앞에 두고 한참 쳐다봤다. 냄새를 견딜 수 없어 몇 숟갈 뜨는 일마저 관뒀다. 밥 대신 누런 영양제를 달았더니 이십사 시간 내내 속이 안 좋았다. 다른 환자들이 끼니를 거르지 않았던 걸 보면 내가 유별났던 걸까. 밥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부러웠다.





엔커버





엔커버를 처방받았으나 옥수수 맛과 커피 맛 모두 우울했다. 종이컵에 따른 미지근하고 불투명한 액체를 보면 착잡해졌다. 소포장 된 과자 에이스는 짠맛이 심했으며 참 크래커는 딱딱하고 약간 짰다. 통조림 과일은 입이 찢어져서 그런 건지, 베어 먹을 때마다 피가 묻어서 얼마 없던 식욕까지 떨어졌다. 탄산음료를 마시면 몇 시간 동안 속이 아프고 괴로웠다. 어찌 될지 알면서도 먹고 싶어서, 억울해서, 억지로 몇 번 마시다 바보 같아 관뒀다. 그나마 쁘띠첼이 먹을 만했고 포카리스웨트, 파워에이드, 게토레이, 이프로, 오로나민씨, 미에로 화이바 위주로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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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식입니다. 맛없을 수 없는 메뉴인데, 입맛이 이상하게 변해서 맛이 없습니다. 거의 다 버렸습니다.





비빔밥, 만둣국, 김치볶음밥, 짬뽕밥, 삼계탕, 뭐가 나와도 아는 맛이 아니었다. 입맛과 기억이 일치하지 않아 분명 맛있을 텐데 몸이 거부했다. 다른 분들이 김이나 볶음 고추장 튜브를 추천하셨지만 소용없다는 걸 안 해 봐도 알 수 있었다. 이땐 컵라면을 쌓아 놓고 먹었다. 처음에는 하나도 다 먹기 힘들었으나 얼마쯤 지나니 적응돼서 먹을 만했다. 종류별로 사다가 뭐가 잘 넘어가는지를 알아 갔다. ‘불닭볶음면+핫바’ 조합으로 몇 번 먹었는데 한번은 친한 쌤이 먹을 줄 안다고 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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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도 먹어야겠어서 컵라면을 먹었고, 입맛이 망가져서 그런 건지, 자극적인 걸 찾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컵라면 하나도 다 못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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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은 OTT로도 봤습니다. 아는 내용이어도, 또 봐도, 볼 때마다 재밌습니다.




속이 편한 건 구운 도넛에 바나나맛 우유나 허쉬 초콜릿 드링크를 곁들인 조합이다. 세척 사과도 나름 괜찮았다. 요구르트는 감칠맛 나고 좋았다만 자꾸 토하게 돼서 안 마셨다. 나중에는 꼬불거리는 면에 물려서 돈가스나 덮밥을 포장해 왔다. 편의점에서 파는 닭강정을 두어 번 먹었으나 치킨만 그리워졌다. 불닭 시리즈와 컵라면을 자주 먹을 땐 건강이 걱정됐지만, 이거라도 먹어서 다행이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무얼 먹든 적응 기간을 겪었기에 조금씩 남겼으며 먹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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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는 열흘인가 이 주일 넘게인가, 매일 저녁 포장해다 먹었습니다. 때로는 불닭까지 곁들여서 먹었구요. 한이라도 맺혔던 걸까요, 이래도 살이 유지되거나 도리어 빠졌습니다.





환자식은 맛없다. 일반식은 그래도 나으나 저균식은 정말 맛없다. 멸균식은 식판부터 그릇과 수저까지 다 뜨거우며 끔찍하게 맛없다. 나물류는 흐물거리고 익힌 김치는… . 몇몇 반찬은 아예 뚜껑을 닫았다. 입원해 있는 동안 치료만큼은 아니더라도 ‘먹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먹고 싶다는 욕구든 먹어야 한다는 의무감이든 그다음이다. 또 다른 관문으로 ‘먹어도 되느냐’가 있다. 어쩌다 사 오고 싶은 게 생겨서 여쭤보면 멸균 처리된 게 아니라서, 위생적이지 않아서, 진열했던 걸 비닐에 포장한 거라서, 생야채라서, 이래서 저래서 안 되는 게 많았다. 입이 짧고 비위가 약한 사람이 장기간 입원하면 피곤해진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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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균식은 정말 맛없습니다. 반 공기는 커녕 억지로 3분의 1을 먹는 것도 못 할 때가 잦았습니다.





밥, 국, 반찬, 수저, 쟁반 등 모든 게 뜨겁습니다. 멸균식은 정말 끔찍합니다. 퇴원하고 반년 정도는 한정식을 잘 못 먹었고, 아직도 계란프라이는 썩 내키지가 않네요.









인스타그램: @anda.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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