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업로드했던 글입니다. '암이요? 제가요?' 브런치북에 등록되지 않아서 재업로드했습니다.
응급실로 가라는 연락을 받고 얼떨했다. 무슨 정신인지 모르는 채로 어머니와 부장님께 전화드리고 병원에 갔다. 골수 검사를 받기 전에 혈액암일 수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현실감이 떨어졌다. ‘왜 검사하기 전에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조금 원망했다. 가족 면담을 할 땐 나보다 더 불안해하는 가족이 있어서 의연한 척 굴었다. 속내를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잠시 감췄다.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마음이라지만 그래도 어떻게 해야 좋을까. 나도 모른다. 알아 봤자 달라지는 게 있으려나. 아픔 앞에선 계획도 원망도 낙담도 부질없어진다. 이 시간이 통과해 가기를 바라는 나만 남는다. 지나고 나서 하는 말이다만, 충분히 짜증 냈다면 받아들이자. 어차피 다른 선택지는 없다. 치료가 진행되는 데 신경 쓰자.
완전 관해 여부는 골수 검사 결과로 곧 확인된다. 불안이 지속되는 시간은 짧다. 입원해서 오랫동안 크게 걱정했던 건 ‘조혈모 세포 이식 기증자를 찾을 수 있을까?’였다. 동생이 조직 적합성 항원 검사를 받았으나 절반만 일치했다. 비혈연 기증자의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정말 정말 운이 좋고 감사하게도 백 퍼센트 일치하는 사람을 두 분이나 찾을 수 있었다. 큰 산을 넘어 조혈모 세포 이식을 하면 숙주 병이 오기도 한다. 시기와 형태를 기준으로 급성과 만성으로 나뉘며, 난 시기상 급성이지만 만성 형태로 와서 기나긴 싸움을 하는 중이다.
머리부터 발까지 몸에 나타나는 변화는 여러 가지다. 입원했을 땐 즉시 조치받을 수 있지만 퇴원하고 나서는 외래 진료 때 말씀드리는 수밖에 없다. (물론 심각하면 바로 연락해야 한다.) 모낭염, 구내염, 부기, 발열, 발적, 가려움증, 폐 색전증, 근육 경련, 구토, 안구 건조증 등등. 증상에 따라 적절히 처방해 주시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약을 주면 먹거나 바르면서 경과를 지켜보면 된다. 돌이켜 보면 대개 불편했지만 가끔 흥미로울 때도 있었다. 약간 도라에몽 같아서 그랬는지, 얼굴과 손등이 심하게 부었던 모습을 떠올리면 신기하고 웃긴다.
아무렇지 않게 여기기 힘들었던 건 보기 싫게 살이 찐 몸이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 약물 때문에 몸무게가 들쭉날쭉해질 수 있다. 지나치게 붓더라도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 내 의지와 상관없는 일이다. 못 먹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몸무게를 찾아간 건지는 몰라도, 내 경우에는 알아서 다 빠졌다. 오히려 인생 최저 몸무게를 찍었다. 이때 살이 쭉쭉 빠져서 침대에 누워 있으면 뼈가 눌리며 아팠다. 별걸 다 느낀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마따나 완치될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 오 년은 지켜봐야 한다. 재발과 죽음은 언제 내 얘기가 될지 모른다. 어쩌다 암 환자들의 블로그에 들어간 적이 있다. 두 분은 돌아가셨고 한 분은 재발돼서 입원하셨다. 비슷한 시기에 입원해서 외래 진료 때 가끔 마주치던 분이 계셨다. 한동안 못 봬서 주치의 선생님께 여쭤보니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안 그래도 어수선하게 만드는 일투성이이며 그득한 불안감에 시달린다. 그러니 되도록 백혈병 관련해서 검색하지 않았으면 한다. 마음이 무너지면 걱정하는 말마저 버겁다. 그저 약을 챙겨 먹으면서 잘 먹고 잘 자고 잘 지내려고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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