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펜으로 칠한 부분이 두 편 쓰는 데 성공한 주입니다. X자는 아예 못 쓴 주, 빗금 표시는 한 편만 쓴 주이죠. 그동안 내킬 때만 쓰다가 주기적으로 쓰려 하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지난 화에서 말씀드렸듯이 '이게 글이 될까?' '이런 것도 써도 될까?'라는 고민 때문에 소심해지기도 했죠. 그래도 나름대로 잘 극복하면서 분량을 채워 나갔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오 월, 당시 제 기준으로 원고를 80%쯤 완성했을 때 학과 교수님을 찾아뵀습니다. 조언을 구하려고 원고와 출판사 정보를 정리한 인쇄물도 챙겼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죠. 교수님이 이런 말씀들을 해 주셨습니다.
- 목차 재구성하기.
→ 목차는 기본이다.
→ 지금은 목차가 왔다 갔다 한다.
- 설명하고 싶은 걸 제목에 담아라.
→ 더 친절해질 필요가 있다.
- '띠지'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10~15글자 정도로 신문 광고 카피 같은 걸 만들어 봐라.
- 신문 광고 카피는 둘 중 하나다. 감성적이거나 논리적이거나.
- 초반에 확 끌어들이고(하이라이트 혹은 섬네일처럼) 그 힘으로 나머지를 끌고 간다.
- '잔불 같은 우울' '전하지 못한 말'은 제목이 너무 비유적이다. 확 와닿지 않는다.
- 팔릴 글. '왜 팔릴 것 같은가' (출판 제안서 - 기획 의도)
- 서문 예시: 예민하게 관찰한 결과가 이 책이다. (애정 어린 관찰과 관심)
- 원고에 처음부터 사진을 담기.
- ‘문구 취향'은 빼도 되지 않을까?
- 글쓰기는 조각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 기본: 덩치가 있어야 깎을 수 있다. 마구 쓰고 그다음에 깎아야 한다.
- (내가 정한 마감일 관련하여) 누가 정해 준 것도 아닌데 얽매일 필요가 있을까?
던다고 덜었는데 미처 덜어 내지 못한 욕심이 꽤 있었나 봅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원고였던 거죠. 목차가 이리 중요한 줄 모르고 썼습니다. 그저 '제목을 순서에 맞게 정리한 부분'이라고 여기지 않았나 싶네요. 초보는 초보였음을 실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더 나아질 수 있는 길을 찾아서 다행이구나 싶었습니다. 또, '자체 마감일을 정할 필요가 없나.' '너무 마음이 급한가.' '급할수록 돌아가야 하는데. 한번 할 때 제대로 완성도 높게 준비해야지.' 등등 당연시 여기던 일들을 다시금 고민했죠. 그런 뒤에 '더 단순해져야겠다. 더 덜어야겠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목차를 재정비했습니다.
1. 목차를 바꿔야 한다.
2. 카피를 정해야 한다.
3. 제목을 바꾸고.
4. 다시 한번 덜어 낼 글을 점검하고.
5. 원고를 완성하면 1부, 2부, 3부로 나누고.
위 기준을 바탕으로 수정한 목차 일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크게 바뀐 건 '1부 암이요? 제가요?'의 1장입니다. 교수님 말씀을 듣고 다시 보니 바뀌기 전이 불친절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수정 전의 목차는 저만 알아볼 수 있으며 아무 의미가 없는 나열에 불과합니다. 병원에 입원해서 날짜별로 기록한 걸 대강 분량에 맞춰서 나눴을 뿐입니다. 그래서 어느 제목에는 넉 달 치 글이 담겼고, 또 다른 제목에는 두 달치 글이 담긴 식이죠.
수정 후의 목차로 바꾸기 위해 우선 달별로 글자 수가 몇 자인지 세고 키워드를 뽑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분량이 골고루 나뉘도록 묶은 뒤에 대표되는 키워드를 제목으로 붙였구요. 또한, 이 글들은 기록에 뿌리를 두기에 제목 아래에 기간을 함께 적었습니다. 수정 전과 비교하면 친절해지지 않았나 싶네요.
'암이요? 제가요?' 말고 또 고민할 거리가 있었습니다. '문구 취향'이라는 제목으로 묶인 글들을 빼도 되지 않을까?가 마음에 걸렸거든요. '이 정도는 괜찮나.' '아니면 밀도를 높이려면 빼는 게 낫나.' '교수님이 말씀하신 이유가 있지 않을까.' 등등.. 더군다나 제가 아끼는 문구류에 관한 글이기에 더욱 아쉬웠습니다. 그러다 결국 뺐습니다. 뺄 수밖에 없기도 했죠. 있어야만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거든요. 빼는 김에 교수님이 말씀하시지 않았지만 분위기와 안 맞는 글을 몇 편 더 뺐습니다.
덜어 낸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크게 '문구 취향'과 '연극 동아리'로 나뉩니다. 제목은 임시로 지었습니다.
문구 취향
· 「볼펜」
· 「볼펜의 농도」
· 「노트」
· 「노트의 조건」 (작성 예정)
· 「필통 Set」
· 「필통의 요건」 (작성 예정)
· 「다이어리」
· 「다이어리 취향」 (작성 예정)
· 「소소한 목록」
· 「서서히 쌓인 취향」 (작성 예정)
연극 동아리
· 「입회원서」 (작성 예정)
·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다」 (작성 예정)
· 「기획 팀은 오늘 밥 먹을 자격도 없습니다」 (작성 예정)
· 「안녕, 누나」 (작성 예정)
· 「안배우」 (작성 예정)
· 「오빠, 블로그에 있는 글 잘 보고 있어요」 (작성 예정)
이 밖에도 '중단 혹은 보류' 폴더에는 탈락한 후보가 여럿 있습니다. 전부 완성한 글인 건 아닙니다. 쓰다 만 글, 반쯤 쓴 글, 초안만 쓴 글, 제목만 붙인 글 등등으로 구성됐죠. 세어 보니 100개 가까이 됩니다.
확정된 목차입니다.
원고에 실은 글 일부는 브런치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암이요? 제가요?
https://brunch.co.kr/brunchbook/quietpatient
사이 산문
https://brunch.co.kr/brunchbook/saisanmun
퇴사 목록
https://brunch.co.kr/brunchbook/quit-list
그때 그 노트
https://brunch.co.kr/@andahun/28
싣지 않은 목록 일부를 브런치북에 담았습니다.
문장의 B컷
https://brunch.co.kr/brunchbook/bsidetexts
인스타그램: anda.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