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 준비해야 하는지는 담당자가 다 알려 주신다. 대개 병원에 있는 매장이나 근처 의료용품점에서 취급한다. 기본적인 준비물 외에, 부수적으로 쓸모 있거나 추천하고 싶은 목록을 가벼이 훑어 보려 한다.
말할 필요 없이 핸드폰은 기본이다. 어쩌면 무선 이어폰도. 또 하나, 노트북이 빠지면 서운하다. 복지 제도를 검색하거나 넷플릭스를 볼 때 편하다. 이로써 충전기는 핸드폰용, 이어폰용, 노트북용으로 세 개 필요하다. 이쯤 되면 멀티탭이 떠오른다. 병실 컨디션에 따라 다르지만 쓸 일이 생기기도 한다. 콘센트 개수는 3구 이상, 길이는 1~1.5m 정도가 적당하며 2m 이상은 길어서 불편할 수 있다(T형과 L형 멀티탭은 추천하지 않는다).
모자와 테이프 클리너(돌돌이)도 정말 중요하다. 머리카락을 싹 밀면 허전하기도 하거니와 돌아다닐 때 괜히 그렇다. 온도에 따라 숏 비니와 귀까지 덮어 주는 군밤 모자와 야구 모자 중에서 골라 쓴다. 못생김이 가려지는 건 덤. 테이프 클리너는 머리카락이 미친 듯이 빠질 때 유용하다. 자고 일어나면 베개와 이불과 옷에 수백 개씩 붙는데 너무 징그럽다. 새끼 손가락 한 마디의 반의반도 안 되는 걸 하나하나 뗄 수 없는 노릇이잖은가.
더위를 많이 타면 아이스 팩이, 추위에 약하면 얇은 조끼가 도움 된다. 난 병원에 구비된 아이스 팩을 이용했지만 따로 사 와야 할 수도 있다. 십일월 한 달 동안 아이스 팩과 생수 얼린 걸 이마나 뒤통수나 목덜미에 댄 채 살았다. 보통 수건이나 천으로 감싸고 쓰지만, 가끔 첫을 벗기고 맨살에 댔다. 시릴 만큼의 한기쯤 돼야 살 것 같았다. 조끼를 입으면 따뜻함은 물론이고 주머니에 손을 넣을 수 있어 좋다. 산책할 때나 편의점에 갈 때 입었다.
아프면 아무래도 예민해진다. 안 그래도 예민한 사람은 소음에 시달리는 환경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이때 이어플러그가 요긴하다. 직접 써 보니 맥스 브랜드 제품이 괜찮다. 샘플 팩을 구매해서 내 귀에 맞는 크기를 찾은 뒤에 해당 제품으로 주문해서 쓰면 된다. 케이스를 함께 사서 보관하면 편리하고, 이삼일에 한 번 교체해 가며 위생적으로 쓸 수 있다.
심심풀이로는 가볍게 읽을 책, 숫자 퍼즐 게임 책(스도쿠, 네모네모 로직), 레고 들이 있다. 생활 철학 잡지 《뉴필로소퍼》, 후루룩 넘길 수 있는 책, 아프기 전에 읽던 책 들까지 다해서 여덟 권쯤 읽었다. 레고는 선물 받은 꽃다발을 조립했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설명서를 보고 따라 해도 시행착오를 겪었다. 완성하면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지금은 화병에 꽂아서 잘 보이는 곳에 둔다.
'따로 가져온' 목록은 아니지만,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나 가성비 높은 OTT와 유튜브도 있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은 일 년 치를 결제하고 방치했다. '여기에서까지 이래야 하나' 싶은 마음이 컸다. 퇴원한 뒤에 뭐라도 공부하려 했으나 끌리는 게 없었다. OTT는 이번에 처음 구독했으며 '하나를 꼽는다면 넷플릭스지'라는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만만한 건 역시나 유튜브. 다만 구독하는 채널이 없고 프리미엄을 결제하지 않아서 자주는 안 봤다. 아니면 웹툰을 정주행해도 좋지 않을까. 완결된 장편 웹툰이라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무균실에 입원한 마지막 한 달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구입해서 간호사 쌤들이랑 사진을 찍었다. ‘폴라로이드 600 카메라’로 구매했고, 약 십팔만 원으로 가격이 좀 있다. 필름도 저렴하지 않다. 내가 구매했을 땐 여덟 매에 이만 구천 원쯤이었다. 초반에는 간호사 쌤들이 들르셨을 때 한 장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 찍어 주시면 나도 쌤을 찍고 네임펜으로 사진에 날짜와 이름을 적어서 선물로 드렸다. 나중에는 쌤들이랑 둘이서 찍었는데, 두 장을 찍어서 한 장씩 나눠가졌다. 단독 사진 다섯 장과 같이 찍은 사진 여섯 장을 선물했다. 필름 종류는 색상과 프레임을 기준으로 나뉜다. 컬러 필름은 원형과 사각형 프레임이 있고 흑백은 사각형 프레임만 있는 듯하다.
하고 싶었지만 뒤늦게 알게 돼서 못 했던 목록으로는 프랑스 자수와 뜨개질 DIY 세트가 있다. 오래 걸리는 일이기도 하고 퇴원할 때까지 날짜가 애매하게 남아서 고민하다 말았다. 짐이 더 늘어나는 점도 부담됐다. 딱히 아쉽지는 않다.
대수롭거나 자질구레한 짐이 많다. 이 짐들을 어떻게 보관하면 좋을지를 간단히 다뤄 본다.
안 쓰는 가방이나 에코백이나 대형 마트 쇼핑백을 추천한다. 찢어지기 쉬운 종이 봉투만 아니면 된다. 이와 별개로 종이 박스는 위생 때문에 못 쓰게 할 수 있다. 난 귀중품(노트북, 충전기, 노트 등등)을 담는 용도로 하나, 다 쓴 수건과 속옷을 담아서 집에 보내는 용도로 하나, 새 수건과 속옷을 보관하는 용도로 하나씩, 세면도구를 보관하는 용도로 하나, 덧신, 일회용 마스크, 갑 티슈, 멸균 비닐장갑 등을 보관하는 용도로 하나, 이런 식으로 담았다.
종류별로 추천하기엔 방대하니 웹툰 몇 가지만 추렸다. 병원에서 본 작품 외에도 괜찮다 싶은 목록이다.
고태호(〈펀치드렁커드〉, 〈당신의 과녁〉, 〈방백남녀〉), 몹시찰진우럭(〈길고양이 행진〉, 〈보니파르트〉, 〈종이호랑이〉), 이윤창(〈좀비딸〉, 〈오즈랜드〉, 〈타임인조선〉), 땅콩(〈여고생 드래곤〉), 자까(〈대학일기〉, 〈수능일기〉, 〈독립일기〉, 〈휴재일기〉), 닥터베르(〈닥터앤닥터 육아일기〉, 〈닥터앤닥터 병원일기〉), 이라하(〈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고일권(〈칼부림〉), 구나(〈어린이집 다니는 구나〉), 홍끼(〈노곤하개〉, 〈노곤하개 쇼츠〉), 윤인완·양경일(〈신암행어사〉), 소리쳐(〈명품관의 진상〉), MANABE Shohei(〈사채꾼 우시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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