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실에 입원하면 느끼는 미묘한 공간감이 있다. 이는 이동식 침대와 간이침대 사이의 거리가 결정한다. 양옆 사람이 조금씩만 넓게 써도 중간 자리가 확 좁아진다. 수액 걸이를 끌고 다니면 바퀴가 걸리적거려서 몸소 깨닫는다. 또 커튼 레일에 고정된 커튼으로 알 수 있다. 중간 자리를 침범하면 커튼이 일자로 떨어지지 않고 침대 형태로 튀어나온다. 작은 움직임까지 고스란히 전해지며, 커튼을 치거나 걷을 때 덩달아 나풀댄다.
병실 중간 자리를 빗대자면 자동차 뒷좌석 중앙과 같다. 불편함은 당연하고 자리가 덜 좁으면 본전이다. 이보다 출입구 자리가 낫다. 여닫히는 문과 인기척이 신경 쓰이고 복도와 붙어 있어 소음에 취약하지만, 좁거나 답답하지 않은 게 어디인가. 뭐니 뭐니 해도 창가 자리가 으뜸이다. 중간 자리가 '창문 없는 고시텔'이면 창가 자리는 '오션 뷰 호텔'이다. 출입구 자리는 뭐... '겨우 잡은 허름한 모텔' 이려나.
소소하지만 창가 자리엔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널찍한 창문. 하다못해 고시텔에서도 째깐한 창문 값으로 몇 만 원 더 낸다. 그다음은 창턱. 여기에는 작은 짐을 놓고, 간호사 선생님이 약을 두며, 구석에 쇼핑백을 올려놓기도 한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가장 안쪽에 있어서 덜 신경 쓰인다는 점이다. 냉장고에 볼일 있는 사람이나 의료진이 아니면 깊숙이 들어오지 않는다.
이러니저러니 늘어놓았으나 결국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혹여 창가 자리가 비었어도 '내 자리는 붙박이다' 하고 받아들이는 편이 나을 테다. 자리를 바꿔 달라 요청해도 안 받아들여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자리를 옮기려면 손이 많이 간다. 환자 개인 짐을 나르고, 썼던 자리의 침구와 커버를 세탁하기 위해 가져가고, 사물함과 바깥으로 뺀 환자용 침대를 닦고, 침대가 빠진 빈 자리를 쓸고 닦는다. 위생 때문에 소독도 한다. 정확한 시간은 모르지만 두 분이서 한참 그러셨던 것 같다.
이 외에 자리의 쾌적함은 병실 위치로도 결정된다. 복도 끝만 아니면 괜찮다. 환자건 보호자건 꼭 여기까지 와서 통화한다. 목소리가 크면 배로 스트레스받는다. 따로 재지 않았지만 짧게 통화하는 걸 거의 못 봤다. 그럴 때면 "안에 사람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다. 간호사 스테이션 정면 병실은 하루에 세 번 웅성거림을 듣는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교대하면서 인수인계하는 말소리다. 활기가 잦아들면 곧 출근한 간호사 선생님들이 담당 병실을 돌며 환자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복도 끝을 떠올리면 스테이션 앞은 도서관 열람실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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