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한 칸에서 시작해, 사람을 살리는 기업을 꿈꾸다
지금까지 나는 에어비앤비라는 도구를 통해 ‘공간’이 어떻게 ‘자본’이 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호스트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누군가는 이 책을 읽으며 “그래서, 결국 건물주가 되는 게 꿈인가요?”라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돈 많이 벌어서 은퇴하고 파이어족이 되는 게 목표인가요?”라고 물을 수도 있다.
솔직히 답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나는 경제적 자유를 원한다. 하지만 그것은 일을 그만두기 위함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돈 걱정 없이’ 마음껏 하기 위함이다. 나에게 에어비앤비는 종착역이 아니다. 그것은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는 징검다리이자, 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베이스캠프다.
이제 나는 이 책의 마지막을 앞두고, 내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진짜 꿈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이것은 단순한 사업 계획서가 아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청년이 세상에 던지는 출사표이자, 내 남은 인생을 걸고 완성하고 싶은 사명(Mission)에 대한 고백이다.
나의 첫 번째 비즈니스 확장은 국경을 넘는 것이다. 지금 운영하는 서울의 숙소들에는 전 세계 수많은 외국인이 찾아온다.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한국의 정(情)은 특별해요. 깨끗하고 안전할 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챙겨주는 따뜻함이 있어요.”
나는 이 말에서 가능성을 봤다. 우리가 흔하게 생각하는 ‘한국식 환대’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이다. 단순히 방을 빌려주는 것을 넘어,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담은 숙박 브랜드를 가지고 해외로 나가고 싶다.
베트남 다낭의 해변가, 일본 교토의 골목길, 혹은 싱가포르의 어느 중심가라도 좋다. 그곳에 내 브랜드를 건 숙소를 열고 싶다. 현지의 특색을 살리되, 운영 시스템과 서비스 마인드에는 한국적인 디테일을 입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체크인할 때 웰컴 티와 함께 건네는 따뜻한 손 편지, 늦은 밤 출출할 때 제공하는 컵라면 서비스, 비 오는 날 우산을 챙겨주는 세심함 같은 것들 말이다. 서구권의 개인주의적이고 쿨한 서비스에 익숙한 여행자들에게, 이런 ‘오지랖 넓은 친절’은 잊지 못할 감동이 될 것이다.
나는 내 기업이 ‘에어비앤비계의 삼성전자’가 되기를 꿈꾼다. 한국에서 시작했지만, 세계 어디서든 믿고 묵을 수 있는 글로벌 숙박 브랜드. 그 꿈을 위해 나는 지금도 틈만 나면 구글 지도를 켜고 전 세계 골목을 누비며 가상의 깃발을 꽂는다.
에어비앤비 호스트의 끝판왕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호텔운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플랫폼에 의존해 방 몇 개를 운영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내 브랜드를 건 ‘부티크 호텔’을 짓고 직접 운영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
대형 체인 호텔의 획일화된 서비스가 아니다. 1층 로비에는 여행자와 지역 주민이 어우러져 커피를 마시는 커뮤니티 공간이 있고, 각 층마다 각기 다른 테마로 꾸며진 객실이 있는 곳. 무엇보다 직원이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호스트의 마음으로 손님을 대하는 호텔이다.
나는 그 호텔이 단순한 숙박 시설이 아니길 바란다. 여행자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베이스캠프이자, 지역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전시되는 갤러리이며, 밤이면 국적 불문의 파티가 열리는 축제의 장이 되길 원한다.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며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청소, 침구 관리, 고객 응대, 인테리어)는 훗날 이 호텔을 운영하기 위한 값진 리허설이 될 것이다. 건물주가 되어 임대 수익을 올리는 것보다, 내 건물을 콘텐츠로 채우고 매일 새로운 사람들의 에너지가 흐르게 만드는 공간 기획자로서의 삶. 그것이 내가 그리는 진짜 성공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 모든 사업적 성공 뒤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이 하나 있다. 바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 국수 가게에서 아내가 무심코 던졌던 그 말이다.
“요즘 선교사님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머물 만한 장소가 없으시대.”
그 한마디가 내 가슴에 불을 지폈고,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나는 그 ‘거룩한 부담감’을 잊지 않으려 한다. 해외 오지에서 평생을 바쳐 헌신하다가, 비자 문제나 건강 검진, 혹은 안식년을 맞아 잠시 한국에 들어오는 선교사님들이 있다. 하지만 막상 한국에 돌아와도 그들이 맘 편히 몸을 뉘일 곳은 마땅치 않다. 호텔은 너무 비싸고, 친척 집을 전전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평생을 남을 위해 살았는데, 정작 본인들이 쉴 곳은 없는 현실이다. 나는 내 사업이 확장될수록, 그들을 위한 공간도 늘려갈 것이다. 나의 호텔, 혹은 내가 운영하는 숙소 중 일부를 ‘선교사 전용 쉼터로 지정해 운영하고 싶다.
그곳은 눈치 보지 않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쉴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푹신한 침대와 따뜻한 밥 한 끼가 늘 준비되어 있는 곳. 그들이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다시 사역지로 돌아갈 힘을 얻는 ‘주유소’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 이것은 자선 사업이 아니다. 내가 가진 재능과 자원으로 그들의 헌신에 존경을 표하는, 나의 신앙 고백이자 당연한 도리다. 나는 믿는다. 내가 그들을 섬길 때, 내 비즈니스도 축복받을 것임을 믿는다.
마지막으로, 내 비전의 가장 깊은 곳에는 청년들이 있다. 프롤로그에서 밝혔듯, 나는 20대에 백혈병이라는 죽음의 그림자와 싸워야 했다. 남들보다 뒤쳐진다는 걱정에 잠 못 이루던 밤, 건강해지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정작 사회에 나왔을 때 마주한 것은 ‘가진 것 없는 자’에게 닫혀 있는 기회의 문이었다.
자본이 없으면 아이디어가 있어도 시도조차 하기 힘든 세상.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기엔 너무 가혹한 현실. 나는 그 막막함을 뼈저리게 안다. 그래서 나는 성공한 꼰대가 아니라, 기회의 사다리를 놓아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
단순히 장학금을 주거나 밥을 사주는 시혜적인 도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학벌의 벽에 막혀 좌절하는 청년들을 채용해 내가 가진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할 것이다. 청소하는 법부터 고객 응대, 마케팅, 그리고 수익 구조를 짜는 법까지. 그들이 내 밑에서 직원으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1~2년 뒤에는 독립하여 자신의 숙소를 창업할 수 있도록 돕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싶다.
“돈이 없어도 의지와 열정만 있으면 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내가 몸소 증명해 낸 이 사실을 그들에게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나의 작은 기업이 성장할수록, 더 많은 청년이 이곳을 거쳐 가며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또 다른 누군가를 돕는 리더로 성장하는 모습. 이것이야말로 내가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이 아닐까.
해외에 내 브랜드의 호텔이 서고, 그 호텔 라운지에서 안식을 얻은 선교사님이 미소 짓고, 프런트에서는 내가 가르친 청년 지배인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풍경. 이것이 내가 매일 밤 잠들기 전 머릿속으로 그리는 나의 미래다.
누군가는 묻는다. “그렇게까지 해서 뭘 얻고 싶냐”고.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 하지만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부자가 아니라, ‘축복’을 흘려보내는 통로가 되고 싶다. 고인 물은 썩지만, 흐르는 물은 생명을 살린다. 돈도 마찬가지다. 내 통장에 쌓여만 있는 돈은 숫자일 뿐이지만, 그것이 누군가의 쉼이 되고 누군가의 기회가 될 때 비로소 가치를 지닌다.
나의 에어비앤비는 낡은 주택의 작은 방 한 칸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끝은 창대할 것이다. 건물을 세우는 것을 넘어, 사람을 세우고, 문화를 만들고, 위로를 전하는 기업.나는 오늘도 청소기를 돌리고, 침대 시트를 갈며 이 거대한 꿈을 한 땀 한 땀 짜 나간다.
내 꿈은 이제 막 체크인을 마쳤다. 그리고 나는 확신한다. 이 여행의 끝에서 나는, 그리고 우리는, 꽤 괜찮은 세상을 만들고 있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