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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승 Aug 23. 2021

행복을 위한 멈춤

"행복을 위해 '멈춤'이 필요합니다"


행복을 위해서는 멈춤이 필요합니다. 하루를 살다가 단 1분이라도 눈을 감고 자신을 돌아보십시오. 내가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금 이 순간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가. 자동차를 몰면서 자주 만나는 신호등은 우리를 화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가는 시간이 늦어진다고 짜증을 부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신호등이 있어야 우리는 잠시 멈추며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어디로 갈 것인지, 꼭 가야 하는 것인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 등 목적을 살피는 잠깐의 멈춤은 아름다운 시간입니다. 행복을 위해서는 이러한 '멈춤'이 꼭 필요합니다.





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예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 형주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급히 올라왔다. "고속도로가 너무 막혀서 여덟 시간이 넘게 결렸어요. 어쩌나,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 숨을 몰아쉬는 친구 아내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석민이 아빠가 이 편지를 전해 드리라고 했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기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 형주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 하루를 먹고사는 리어카 사과장사이기에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 원이다. 하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지랑이 몽기 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내겐 있었으니까.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 가서 먹어라. 친구여, 오늘은 너의 날이다.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형주가-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 장, 뇌성마비로 몸이 많이 불편한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할 텐데....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 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 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 서서....


세월이 흘러, 형주는 지금 조그만 지방 읍내에서 서점을 하고 있다. 열 평도 안 되는 조그만 서점이지만, 가난한 집 아이들이 편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나무 의자가 여덟 개다. 그 조그만 서점에서 내 책 '행복한 고물상' 저자 사인회를 하잔다. 버스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여덟 시간을 달렸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에서 수백 명의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줄 때와는 다른 행복이었다. 정오부터 밤 9시까지 사인회는 9시간이나 계속됐다. 사인을 받은 사람은 일곱 명이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친구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마음으로만 이야기했다.


"형주야! 나도 너처럼 감나무가 되고 싶었어. 살며시 웃으며 담장 너머로 손을 내미는 사랑 많은 감나무가 되고 싶었어..."


-출처 곰보빵 중 '축의금 만 삼천 원' (서재의 마법)



스스로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며칠 전, 친구와 대화하면서 교회 설교를 듣고 상처 받고 분노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돈'이 필요하다. 없어선 안 되는 세상이 되었다. 그 모든 걸 내려놓고 하나님께 가야 한다는 설교 내용은 친구의 마음에 큰 상처가 되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돈'과 '행복'은 관련 없다고 말한다. 행복의 반대말인 '불행'의 80%는 '돈'과 관련이 있다.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일하는 것이 성취감, 사명감, 돈을 버는 수단 등등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고 말할 것이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것에 대한 답을 바로 찾을 순 없어도. 꼭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위에 나온 철환의 결혼식장에 참석하지 못한 형주의 편지. 나는 그것을 읽으며 마음이 정말 따듯해졌다. 그들은 요즘에 보기 드문 뜨거운 브로맨스를 보여줬다.  만 삼천 원이라는 작은 돈은 그들 사이에 수십억이 넘는 돈보다 큰 가치였을 것이다. 이후 형주는 행복을 전달해주는 삶을 살고 있었다.


살아가면서 돈도 중요하지만,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는 것.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삶. 이게 진짜 행복이지 않을까? 분노, 슬픔, 시기, 질투, 우울 과 같은 감정들은 잠시 내려놓고 삶의 목표를 짚어보자. 전구의 불이 꺼졌을 때. 어둠 속 침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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