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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승 Mar 02. 2022

행복한 어느 날, 억울한 일을 겪어 기분이 좋지 않다.

조이킹 동전노래연습장(feat.숙대) 他山之石

사람이라면 누구나 슬픈 일을 겪는다. 인간은 대부분 인간으로부터 많은 슬픔을 받게 된다. 나는 최근 분노에 가까운 억울한 일을 겪었고, 그게 슬픔으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친구의 결혼식이 있던 날 시작된다. 그날따라 유독 날씨가 추웠다. 여자 친구와 같이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필요한 옷을 집에 두고 오는 바람에 동선이 망가지고 말았다. 일찍 가서 신부와 사진을 찍어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를 했다. 여러모로 정신없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배가 고팠다. 그래서 잠시 숙명여대 근처에 차를 세웠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던 중 이삭토스트를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섰다. 우리 앞에 두 명이 서 있었다. 무엇을 시킬지 메뉴를 보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반바지에 슬리퍼를 질질 끌던 학생(?) 한 명이 당당하게 새치기를 하더니 아주머니에게 "햄치즈 1개 포장이요"라고 소리치고, 맞은편 편의점에 들어갔다.


'세상 참 별일이네.. 우린 저러지 말자'는 생각을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차례가 되었는데 방금 전 그 학생이 다시 오더니 "햄치즈 2장 포장이요"하고 다시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었다. 두 번씩 새치기를 하니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걸음걸이부터 무슨 중2병 환자처럼 보였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아침부터 갑자기 화장실이 매우 급했다. 뜬금없는 장 활동이 원망스러웠다. 이삭토스트 아주머니에게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물어봤지만, 맞은편 건물을 가야 한다고 하셨다.


어쩔 수 없이 여자 친구에게 메뉴를 부탁하고 나는 급하게 화장실을 찾으러 갔다. 계단을 올라갔으나, 화장실이 보이지 않았고, 결국 3층까지 올라갔다. 문에 쓰여 있는 것을 보니 'JOYKING 동전 노래연습장 숙명여대점' 24시간으로 운영되는 코인 노래방이었다. 속으론 정말 다행이다 생각하고 감사하게 볼일을 보고 나왔다. 


그런데,


사장으로 보이는 어떤 중년 아저씨가 소리를 질렀다.


"너 뭐야?!!"


나는 순간 당황했다. 급하게 화장실을 찾다가 눈에 보이는 대로 들어왔는데, 실례가 되었다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어지는 말이 정말 황당했다. 사장은 나에게 폭언과 욕설이 섞인 말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씨 x 너 똥 싸라고 여기 문 열어놓은 줄 알아?!!"


나는 누군가 큰소리로 다가오면 살짝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해 침묵을 유지한다. 도대체 왜 화는 내는지 생각한다. 그런데 이 사람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화를 내고 있었기에 일단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속으로 '화장실 쓰는 게 죄인가? 내가 왜 죄송해야 하지? 생리현상은 누구에나 있는 것인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이기적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가지게 되어 충분히 사과를 전했다. 그날은 아침 8시 공휴일이었기 때문에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화장실을 쓴다면 충분히 기분 나쁠만했기 때문이다.


"경황이 없어 화장실에 급하게 뛰어갔지만, 감사인사를 드릴 예정이었습니다. 기분 나쁘셨으면 죄송합니다"


상대는 전형적으로 강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특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죄송하다는 말을 듣고는 나를 완전히 하대하기 시작했다.


"야! 상식적으로 화장실 이용을 그렇게 막 해도 되는 거야?? 어?? 노래방 이용도 안 할 건데 화장실만 쓰고 그냥 가는 게 맞아? 미쳤어?"


다시 한번 사과를 드렸지만, 그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내 이야기를 전했다.


"저도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를 합니다. 그러나, 저는 너무 급했습니다. 입장을 한 번만 이해해 주실 수는 없나요?"


돌아오는 답변은 더 황당했다.


"꺼져"


어깨를 툭툭 치며 나를 보내는 그의 행동은 나의 멘탈을 박살 내는 데 5초면 충분했다. 순간 황당하였지만, 최근에 나는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그냥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만약 사장의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조용히 생각했다.


他山之石(타산지석)


다른 산에서 나오는 보잘것없는 돌이어도 자기의 옥을 가는 데에 소용이 된다는 뜻이다.


나는 노래 부르는걸 굉장히 좋아한다. 음악동아리 회장을 하기도 했으며, 공연도 정말 많이 했다. 코인 노래방은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다녔다.


코인 노래방 사장의 입장에서 '나'를 보면 잠재고객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선 잠재고객을 위한 마케팅에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기도 한다. 나에게 폭언을 했던 코인노래방 사장은 '화장실 이용'과 '잠재고객' 사이에 엄청난 기회비용을 날린 셈이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침 일찍 화장실만 이용하는 고객에게 다음에 꼭 한번 놀러 와 달라고 말했을 것 같다.  매일 화장실만 쓰고 도망가는 손님이 많다면 쉽지 않겠지만, 내가 수모를 겪은 코인 노래방 위치는 그렇지 않다. 어쩌면 내가 처음일 수도 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공격받고, 억울한 일이 슬픔으로 바뀌어 계속 나를 공격하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윽박과 폭언이 귀에 맴돌기 때문이다. 군대를 거쳐오며, 나는 스스로 정말 쿨하며, 멘탈이 단단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성경 속 요셉이 생각났다. 그의 꿈은 명사가 아닌 동사였다. 고난에도 성공에도 하나님의 섭리는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다. 여전히 화장실만 가면 기분이 나쁘다. 하지만, 위와 같은 경험은 나의 사업가 마인드에 큰 인사이트를 주었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나의 꿈 역시 동사이기 때문이다.


숙대 코인 노래방 

JOYKING 동전노래연습장

조만간 다시 갈 예정이다.


"화장실만 이용한 것에 대해 죄송해서 노래 부르러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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