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안 먹고 감기약 부작용 말하기
올해는 좀 덜한 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휴수당 폐지’는 여전히 경영계와 자영업자들의 주된 요구사항 중 하나다. 노동법 학계 권위자인 고려대학교 박지순 교수님도 최근 중앙일보 시론을 통해 주휴수당 폐지를 주장하신 바 있다(주휴수당 이제 폐지할 때가 됐다).
우선 본인은 주휴수당의 폐지 논란 자체가 다소 조심스럽다. 특히 폐지를 주장하는 측의 주요 논거가 ‘최저임금 인상폭의 증가로 인한 주휴수당 부담 증대’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너무 높아서 주휴수당을 폐지해야 한다니. 사실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해마다 달리 결정된다. 작금의 인상률이 너무 높아서 주휴수당을 폐지한다 치자, 차후 인상률이 너무 낮은 해가 반복되면 다시 살려낼 참인가?
주휴수당이 제 목적을 상실했다는 의견도 있다. 글쎄, 세간의 오해와는 달리 주휴수당의 소기 목적은 근로시간의 단축과 휴일 보장이다. 주휴수당이 그 목적에서 일탈했다는 주장을 하려면 주휴수당의 도입이 오히려 근로자의 휴식 시간 보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많이 상승했으니 이제 주휴수당도 그 목적을 상당 부분 잃어버렸다는 주장은 처음부터 주휴수당의 목적을 잘못 이해한 것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한 술 더 떠서 ‘그동안 주휴수당 다들 안 줬으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나름 국내 최대 경제신문이라는 곳에서 나온 기사다. 기자님께는 죄송하지만 안 주는 것이 불법이요 비정상이다. 비정상이 일상화되었으니 그 비정상을 정상처럼 생각하자는 주장, 그야말로 ‘비정상의 정상화’다. (여담이지만 해당 기사에는 이런 문장도 있다. ‘교수나 변호사들도 헷갈리는 내용을 소상공인이나 근로자들이 어떻게 이해하겠느냐’ 그래서 변호사가 아니라 노무사가 노동법 전문가인 것....은 농담이고 저런 발언은 소상공인과 근로자들을 무시하는 발언이다. 애초에 기사로 실리면 안 되는 문장이라 생각한다.)
다만 주휴수당의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 중에서 귀담아들을 만한 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청년유니온’의 창립자였던 조성주 서울시 노동협력관은 주휴수당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주당 15시간 미만 이른바 ‘초단시간 근로계약’을 체결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초단시간근로자의 경우 대부분이 청년 혹은 노년인 데다가 법적으로 퇴직금과 4대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주휴수당을 더더욱 폐지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사실관계부터 틀린 것이 있다. 작년 말 법이 개정되어 초단시간근로자여도 고용보험의 가입 대상이 된다. 4대보험이 모두 적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한 퇴직금을 면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초단시간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초단시간 근로계약이 늘어나는 것을 온전히 주휴수당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임금체불 사건의 상당 비율이 퇴직금 이슈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제도를 없애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한번 없앤 제도를 다시 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최저임금 인상폭이 비교적 높지 않았던 2017년 상반기 서울시 조사에 의하면 아르바이트 근로자의 노동 상담 사유 중 2위는 주휴수당 미지급이었다. 1위는 임금체불. 최저임금이 올라서 주휴수당 부담이 늘어난 것이 아니다. 그냥 원래 잘 안 줬다. 감기약 안 먹고 감기약 부작용 주장하는 꼴이다. 없애자는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