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차등적용 논란에 부쳐
노동계에 있어 여름은 ‘최저임금의 계절’이다. 우리 최저임금법은 매년 8월 5일까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하여금 최저임금 결정을 명하고 있기 때문이다(최저임금법 제8조제1항). 지난주 월요일 8월 5일을 앞두고 2020년 최저임금은 ‘8590원’으로 확정되었다.
해마다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지역별, 산업별, 직종별로 최저임금을 달리 할 것을 요구한다. 근본이 없는 주장은 아니다. 최저임금법 제4조 제1항이 그 근거규정이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 이 경우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
특히 경영계는 세계적 호황기 속에서 유독 경기침체 중인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 극복을 위해, 더 나아가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서 최저임금의 차등지급을 주장하고 나섰다. 결국 경영계는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정치권에서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외국인에 한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주장을 덧붙여 논의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그러나 현행 최저임금법의 입법 목적을 따져보면 최저임금 차등적용의 근거가 되는 제4조 제1항이 달리 보인다. 최저임금법의 입법 목적은 현행 최저임금법과 헌법재판소 결정문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차례차례 톺아보자.
이 법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최저임금법 제1조(목적)
최저임금법의 목적은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할 수 있다는 제4조 제1항은 근로자의 생활수준 등을 토대로 최저임금보다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도록 국가가 강제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제4조 제1항이 사용자와 사업장 제반 조건보다 근로자의 생계비를 우선 언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사용자 측의 최저임금 차등적용 의도를 생각해보면 그 자체로 최저임금법과 상충됨을 간파할 수 있다.
경제난, 경영난을 이유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사용자 측의 주장. 임금을 더 주고 싶은 근로자가 있으니 차등 적용하자는 것일까, 아니면 덜 주고 싶은 근로자가 있으니 차등 적용하자는 것일까? 외국인 근로자에 한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제1야당 대표의 주장도 그 궤를 같이한다. 임금을 덜 주고 싶다. 그러니 차등 적용하자는 주장은 단연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이라는 최저임금법의 목적과 무관하지 않은가?
헌법재판소의 결정문도 최저임금법의 입법 목적을 비슷하게 해석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임금의 불안정성을 일부나마 해소하여 생활안정을 보장한다는 사회정책적인 배려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규정된 것으로서 위와 같은 헌법 규정에 따른 조치라고 할 수 있으므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 2008헌마477
최저임금법의 우선 목표는 임금의 불안정성 해소와 생활 안정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경제가 어렵고 경영이 어려우면 최저임금 인상폭을 낮추면 될 뿐이다. 오죽하면 같은 당 홍준표 전 의원도 이 같은 주장을 비판하고 나섰을까(물론 같은 당 대권주자에 대한 견제겠지만).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이유가 정말 최저임금 때문인지. 최저임금만 해결되면 자영업도 번성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KBS 보도에 따르면 편의점주 한 달 수입 중 임대료와 가맹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0%다. 대기업과 건물주의 착취에 눈감아주는 경영계와 일부 정치권은 대기업과 건물주가 착취하듯 당신도 근로자를 착취하라고 부추긴다. 착취의 ‘낙수효과’다. 최저임금의 차등적용, 최저임금의 ‘멀티 유니버스’는 시작하기도 전에 새드엔딩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