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때려치우고 싶을 때 찾는 노동법

근로계약 즉시 해지가 가능한 경우

by Lee

퇴사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가슴속의 사직서를 감히 상사에게 꺼내 보이기까지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퇴사자를 배신자로 낙인찍는 한국의 조직문화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민법상 고용계약의 해지는 당사자간 특별한 합의가 없는 이상 한 달이 지나야 효력을 발휘한다. 그 한 달의 시간 동안 퇴사자는 눈칫밥 신세를 피할 수 없다.


제일 좋은 시나리오는 사표를 즉각 수리해주는 경우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민법상 고용계약 해지가 효력을 발하는 한 달의 시간 동안 출근을 요구한다. 근로자가 이를 거부하게 되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무단결근으로 인한 징계해고 처분을 내린다.


먼저 짚고 넘어가자. 무단결근에 따른 징계해고라 하더라도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해고의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문자, 이메일이 아닌 오직 서면에 의한 통보만 유효한 해고로 인정된다. 서면 통보를 하지 않은 해고 통보는 비록 징계해고라 할지라도 무효이며, 따라서 해고기간만큼의 임금도 받아낼 수 있다.




그런데 한 달을 기다리지 않고도 근로계약이 즉시 해지되는 경우가 있다. 즉 당장 내일부터 출근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무단결근이 아닌 경우가 있다. 근로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선언하는 법조문이 하나 있다. 바로 근로기준법 제19조다.


"제19조(근로조건의 위반)제17조에 따라 명시된 근로조건이 사실과 다를 경우에 근로자는 근로조건 위반을 이유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즉시 근로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회사가 정해주는 퇴사 시점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니, 가슴이 두근거리는 찰나 '제17조'라는 말이 눈에 들어온다. 저건 또 무슨 소리야?


근로기준법 제17조는 근로계약서에 다음 사항을 명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임금, 소정근로시간, 주휴일, 연차 휴일' 이 네 가지는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어야 하며, 특히 임금은 그 구성항목과 지급방법 그리고 계산방법을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교부하여야 한다. 이제 19조와 17조를 결합해보자. 이런 결론이 나온다.


근로계약서의 내용과 실제 근로조건이 다르다면 즉시 퇴사해도 된다!


다만, 법원은 근로계약서의 내용과 실제 근로조건이 다르더라도 그러한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 근로자가 이를 자신의 근로조건으로 받아들였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근로계약서의 확인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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