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주제의식과 매력적인 캐릭터
매력적인 캐릭터 드라마를 보기 전부터 주변에서 ‘이다희에 빠지고 말 것’이라는 말을 했다. 이다희도 이다희였지만 전혜진이 연기한 송 이사 캐릭터가 정말 매력적이었다.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었고 행동의 동기도 가장 와 닿는 인물이었다. 배우 본인의 출중한 연기력 역시 캐릭터의 생명성을 더욱 빛내는 재료가 되었다. 이외에도 이 드라마가 내세운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았는데, 장 회장(예수정 분)은 그동안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답습하던 남성/정치적 빌런을 뛰어넘은 참신한 악당이었다. ‘보고, 느끼고, 배우거라’ 드라마를 보고 나서 머릿속에 남은 대사가 오히려 이 분의 대사일 줄이야.
시의성 주제의식도 다채로웠고 개별적으로 시의성 또한 충분했다. 실시간 검색어가 대중들을 어떻게 자극하는지 설득력 있는 묘사를 보여주었다. 페미니즘적 주제의식도 단연 돋보였다. 특히 민홍주(권해효 분)라는 등장인물을 통해 작가의 페미니즘 세계관은 한층 단단해지는데, 여성들이 남성을 배척하는 방식으로서 페미니즘이 아니라 남성도 자기 자리에서 보다 평등한 사회를 위한 역할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방식으로서 페미니즘을 드러낸다. 세련됐다.
동 방송사의 이전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경우 강단이(이나영 분)가 뜬금없이 차은호(이종석 분)에게 구원되는 진행 양식을 띄어 아쉬웠는데(강단이의 설정이 경단녀여서 더욱 그랬다), 그에 반해 ‘검블유’는 남성 캐릭터를 어떻게 사용해야 주제의식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작위적이지 않을지 고민 많이 한 결과물로 보인다.
아쉬운 점 박모건(장기용 분)과 배타미(임수정 분)의 로맨스는 너무 진부했다. 혹자는 애초에 넣지 말았어야 할 로맨스라고 하는데 그건 동의하지 않는다. 작가도 굳이 로맨스를 넣은 이유가 있다. 그러나 언젠가 들뢰즈는 가장 독단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이라 하지 않았는가. 그런 점에서 박모건은 완전히 실패했다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평범했다. 배우에 대한 연기력 논란도 있었지만 장기용의 연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캐릭터의 한계가 뚜렷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