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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Sep 23. 2019

치지지직.. 이재한 형사님?

시그널 시즌2를 기다리며


잡히지 않는 살인범이 두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그 살인범이 언젠가 나를 덮칠까 봐서? 아니다. 완전범죄가 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못 잡은 살인범이 아니라 살인범을 잡지 못하는 현실이 몸서리쳐지는 것이다.


‘시그널(극본 김은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극 중에 등장한 온갖 흉악범에 분개하지 않았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범인을 놓쳐버린 경찰 캐릭터들에 분개했다. 괜히 이 드라마의 최종 빌런이 경찰청 수사국장 김범주(장현성 분)와 국회의원 장영철(손현주 분)이겠는가? 우리는 악인이 아니라 선인이길 기대했던 악인에게 더 분노한다.


박해영 경위(이제훈 분)는 이재한 형사(조진웅 분)와 시공간을 넘나드는 무전을 통해 미제사건을 해결한다. 이재한 같은 형사가 있다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그의 무전기가 실제로 있다면, 여태 남아있는 장기 미제 사건들도 해결될 수 있을까?


과거, 바뀔 수 있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말아요.
- 시그널 2화 이재한 대사 中


2019년 5월 기준 대한민국의 미제사건은 무려 8만 3995건에 육박한다(문화일보, 20190920​). 이재한 같은 형사 하나로 해결될 수 있는 양이 아니다. 애초에 시그널도 다이하드 같은 히어로물은 아니다. 과거는 바뀔 수 있다고, 잊혀도 되는 사건은 단 하나도 없다고. 이재한의 외침은 박해영에게만 들리는 것이 아니다. 그 외침은 우리에게까지 닿는다. 히어로의 사자후가 아니라 공동체에 대한 협조요청이다.


30년이 다돼가던 사건이 해결될 수 있던 이유는 과학기술의 발전도, 마침 진범이 교도소에 수용되어 있어서도 아니다. 우리 공동체가 그 긴 시간 동안 화성을 잊지 않아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시그널의 최종부는 실종된 이재한 형사를 살려내는 흐름으로 달려간다. 십오 년 동안이나 알려지지 않은 이재한 형사의 행방. 이재한 형사 실종사건은 시그널의 마지막 미제 사건인셈이다. 박해영 경위로 하여금 수많은 미제사건을 해결토록 만든 무전기 목소리의 상징은 여기서 분명해진다. 무전기의 목소리는 그저 한 열정적인 형사의 목소리가 아니라, 그동안 소리 없이 죽어간 모든 망자(亡者)의 목소리다.



시그널 시즌2가 나온다고 한다(디스패치, 20190719​). 시즌1이 그러했듯이 시즌2 역시 미제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면 한다. 어느 경찰이 화성 연쇄살인사건 현장에서 검출된 DNA를 어느 수형자의 DNA와 비교해 본 것은 단순히 과학기술의 발전 덕분이 아니다. 누군가 그 사건을 잊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구슬(과학수사)을 꿰어서 보배(사건 해결)로 만드는 건 기술이 아니라 기억이다.



*

시즌1의 최종 보스인 장영철(손현주 분)의 직업은 국회의원이었다. 제작사가 밝힌 시즌2의 방영 일정은 올해 말부터 내년 초다. 공교롭게도 내년 4월에는 총선이 있다. 김은희 작가가 노렸는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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