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도 결과도 모두 옳은 완벽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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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 Things Never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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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와 올라프가 낙엽을 보며 노래한다. “The leaves are already falling.” “Some things never change. Turn around and the time has flown. Some things stay the same.” 같은 노래 속에 상반되는 가사들이 반복된다. 시간에 따라 계절은 변한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변하지 않는 것도 존재한다고 노래한다. ‘변하지 않는 것’이란 다름 아닌 ‘사랑’ 임을 가사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겨울왕국2>는 종교영화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원죄, 대속, 사랑에 대한 메타포로 가득 차 있다.
영화 내내 계절적 배경은 가을로 묘사되는데 통상 봄과 더불어 가을은 시간의 흐름을 의미하는 변곡점 역할을 한다.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아렌델은 그 선대 왕의 악행으로 인하여 그 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 “Some Things Never Change”에는 사랑뿐만 아닌 ‘죄’도 포함된다. 그럼에도 안나는 사랑의 불변성을 노래한다. 이는 원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간을 변치 않는 사랑으로 포용하는, 종교적 절대자(神)의 사랑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죄를 지은 우리에게도 절대자의 사랑이 임재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죄를 깨닫고, 뉘우치며, 그 잘못으로 인한 결과를 바로잡을 수 있는 자유의지가 인간에게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즉 자유의지가 존재한다는 전제 없이는 기독교 신학도 존재할 수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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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적 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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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와 엘사는 그동안 잘못 알고 있던 선대의 역사를 제대로 마주하게 된다. 선대의 죄와 직면한 후손에게는 통상 두 가지 선택지가 존재한다. 하나는 선대와 나는 서로 무관하여 서로 원자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선대와 나 자신이 서사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믿음이다.
‘Some Things Never Change’로 다시 돌아갈 필요가 있다. “We’ll always live in a kingdom of plenty. That stands for the good of the many!” 우린 풍요의 왕국에서 살 것이며 이는 최대 다수의 최대 이익을 의미한다는 이 가사. 알다시피 최대 다수의 최대 이익은 벤담이 공리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베카리아로부터 인용한 구절이다.
아렌델은 공리주의 원칙에 따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계획적으로 북부의 원주민들을 핍박했다. 자신들의 이익 즉 공리를 증진시키기 위해 원주민들을 속이고 댐을 지은 뒤 기습 공격을 감행했다. 서로가 오직 원자적으로만 존재하여 서사적으로 연대하는 공동체 구성원으로는 존재하지 않기에 가능한 행동들이다. 쉽게 말해 남이라 느껴졌기에 가능한 행동들이다.
결국 아렌델은 자신들의 이익만을 좇다가 도리어 자신들의 왕국이 멸망하게 될 위험을 초래하게 된다. 아렌델의 모든 백성들이 성을 떠나 절벽 위에서 자신들의 고향을 어쩌지도 못하고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엘사는 자신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를 좇아 북쪽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만난 노덜드라 족의 시간은 멈춰 있었다. 피해자들의 시간은 잘못이 수정되기 전까지 멈춰있음을 암시한다. 잘못된 명령을 부여받은 매티어스 중위와 그 부하들의 시간도 멈춰 있었다. 박하사탕에서 광주 학살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이기도 했던 영호(설경구 분)의 캐릭터를 연상시킨다.
“물은 과거를 기억한다” 자꾸만 반복되는 이 메시지를 담지한 채 엘사는 기어이 선대의 잘못을 자신의 잘못으로 인정하고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죄의 차원에서 선대 왕조가 건설한 댐을 파괴하는데 성공한다. 왕국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온다.
엘사가 선대 왕이었던 루나드 왕의 잘못을 자신의 죄로 인정하고 댐까지 무너뜨릴 수 있던 이유는 루나드 왕과 자신이 서로 동떨어진 채 존재하는 원자적 자아가 아님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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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도 결과도 모두 옳은 완벽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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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한의 겨울왕국2에 대한 평가다. 음악적 요소는 전작의 수준과 비슷하거나 다소 부족하지만 플롯은 물론이고 영화적 의미를 부여함에 있어서는 전작을 훨씬 뛰어넘는다. 정유미도 “현실과 통하는 디즈니의 마법”이라는 평가를 내린 바 있는데 겨울왕국2가 전달해주는 메시지와 무관한 평가 같지는 않아 보인다.
겨울왕국2는 뮤지컬이기 이전에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et It Go에 견줄 넘버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겨울왕국2를 평가절하한다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노래만 들을 거면 스트리밍으로 들으면 될 뿐 굳이 스크린 앞으로 갈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