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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Mar 24. 2020

4인 이하 사업장에도 노동법을

근로기준법 제11조

'스물여섯 노무사'

제9화 '최저임금이 내려갔다'에서 계속


 편의상 '상시 근로자 수 4인 이하 사업장'을 '4인 이하 사업장'으로 줄여 썼습니다.




"선생님 혹시 사업장에 상시 종사하시는 분이 4인 이하세요?"


동기 노무사들이 상담 전화를 받을 때면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이다. 상시 근로자 수가 4인을 넘기지 못하면 우리 노동법의 보호 영역 밖에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사업장을 휴업하여 근로자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4인 이하 사업장이라면 그 휴업수당마저도 지급 의무가 없다.




근로기준법 제11조(적용 범위) ①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家事)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물론 우리 근로기준법은 대통령령으로 상시 근로자 4인 이하 사업장에도 적용되는 근로기준법 규정을 마련해두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해고예고수당'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편법과 탈법을 오가는 사업주들의 기술(?)들로 얼마든지 비켜나갈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26조(해고의 예고)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포함한다)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하여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우선 해고를 원하는 근로자에게 경영상 이유로 인한 무급휴직 명령을 내린다. 어차피 4인 이하 사업장이기 때문에 사용자 귀책사유로 인한 휴업수당 지급 의무를 부과하는 근로기준법 제46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사용자가 임의로 근로자에게 휴직 명령을 내려도 휴업 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


무급휴직 명령과 동시에 사용자는 그로부터 30일 이후 해고가 될 예정임을 통보하면 된다. 이 경우 사용자는 마음에 들지 않는 근로자를 즉시 사업장에서 쫓아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즉시 임금과 해고예고수당의 지급의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다. 부당해고도 4인 이하 사업장에서는 그 구제 신청이 불가하다. 그러나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은 바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조문이 4인 이하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작년부터 직장인들이 많이 들었던 법이다. 그런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따로 있는 법이 아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그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와 제76조의3을 말하는 것뿐이다.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 제11조에 따라 이들 조문 역시 4인 이하 사업장에서는 적용 제외다.


부당해고, 연차휴가, 주휴일 관련 조문이 4인 이하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된다. 다들 사업주에게 금전적인 부담을 지우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은 무슨 연유로 4인 이하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것인지 그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최근 정의당이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시키는 내용의 총선 공약을 내걸었다. 2016년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실태현황」에 따르면 전국 61.5%의 사업장이 상시 근로자 수 4인 이하 사업장이다.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그 공약 자체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근로기준법 제11조는 제1항에서 4인 이하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음을 명시하면서도, 그다음 제2항에서는 대통령령으로 4인 이하 사업장에도 특정 근로기준법 규정들을 적용시킬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다른 조문들은 몰라도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등과 같이 사업주에게 금전적 부담이 가지 않는 내용들은 지금이라도 근로자 수와 상관없이 적용토록 함이 마땅하지 않나. 이럴 때 쓰라고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의 권력' 아닌가.



'스물여섯 노무사' 1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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