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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Jul 14. 2020

최저임금이 내려갔다.

내 최저임금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

'스물여섯 노무사'

제8화 "제가 실업급여를 부정수급했는데요.." 에서 계속


오늘은 공짜 커피를 마셨다. 어제 법인 식구들과 벌인 최저임금 내기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공짜 라떼에서는 지극한 풍미가 느껴져 즐거웠지만, 그 끝에 무언가 씁쓸한 향이 났다.


최저임금이 인상되었다. 아니, 사실 인하됐다고 보는 편이 맞겠다. 2021년도 최저임금은 8,720원으로 '인하'되었다. 1.5% 인상되어 8,720원으로 내려갔다.


월급을 한 번이라도 받아본 사람이라면 급여명세서에 적힌 '식대' 두 글자가 익숙할 것이다. 명절 때마다 나오는 정기상여금도 마찬가지. 그간 식대와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포함되지 않았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기본급을 1만원만 주고 식대는 1,000만원 지급하더라도 최저임금법에 위배될 수 있다.


4대 보험 비과세 항목으로서 지급되던 식대는(월 10만원까지 지급되는 식대에는 4대 보험을 과세하지 않기 때문) 문재인 정권 초기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자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최저임금 상승폭을 감당하지 못하겠다며 경영계가 엄살을 피우자, 국회가 식대와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 계산 범위에 넣도록 입법한 것이다.


당시 정부 여당은 식대와 상여금 전액이 최저임금에 산입 되는 것은 아니라 했지만, 해당 법안은 식대 및 상여금이 2024년까지 모두 최저임금에 산입 되도록 설계되었다. 작년까지는 식대 중 89,765원을 넘는 금액만 최저임금에 산입 되었지만, 올해부터는 54,674원을 넘는 식대를 모두 최저임금 계산에 반영하게 된다.


즉 식대로 10만원을 지급하는 사업장의 경우 올해는 식대 10만원 중 89,765원을 넘는 10,235원만 최저임금에 포함되었으나, 내년부터는 54,674원을 넘는 45,326원이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것이다.


최저임금심의위원회, 사진출처 전종휘 기자(한겨레신문)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식대는 45,326-10,235=35,091원이나 늘었는데, 최저임금으로 계산한 주40시간 근로자의 월급여는 1,795,310원에서 1,822,480원으로 27,170원만 늘었다. 식대로 10만원을 지급하는 사업장의 경우 최저임금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임금을 인상할 필요가 사라진 것이다.


정기상여금의 산입범위 역시 올해보다(359,062원) 내년(273,372원)에 무려 85,690원이나 늘어난다는 사실을 차치하고도 위와 같은 결론이 나온 것은 금번 최저임금 결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지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


사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조정되었을 당시 이러한 법 개정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2018  개정 당시 우려를 표한 필자의 ).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최저임금 인상폭이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폭에 준할 것이라 믿었기에 논란은 크게 번지지 않았다. 그러한 기대와 너무나도 어긋나는 인상폭, 아니 '인하폭'이라 공짜로 마신 커피도 마냥 맛있지가 않았다.


작년에도 고작 2.87%만 인상한 것, 환란(換亂)이라 불린 외환위기 와중에도 2.7%나 인상된 바 있는 것, 식대와 상여금의 산입범위가 나날이 확대되고 있는 것, 대통령 본인이 최저임금 10,000원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것을 고려하면, 코로나발 경기 악화로 최저임금 인상폭이 적은 것은 납득할 수 있어도 역대 최저로 낮았어야만 했는가 하는 질문에는 쉽사리 대답할 수 없다.



'스물여섯 노무사' 9화 끝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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