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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Jun 28. 2020

노무사가 바라본 인국공 논쟁

누가 더 불행한지를 둘러싼 피 튀기는 경쟁

비정규직은 신분이다. 그 무슨 정치적 선언이 아니다.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한 처우)에 의하면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성(性), 국적ㆍ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판례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신분에 비정규직이 포함된다고 본다(서울고법 2016나2070186).


그런즉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 전환은 곧 신분제 철폐와 다름 아니다. 여권운동의 선봉에 여성이 있었고 흑인 민권 운동의 선봉에 흑인이 있었듯 비정규직 차별 철폐 투쟁의 선봉에는 -당연히-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었다. 정규직으로의 전환은 어느 노동 변호사 출신 대통령의 선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핍박의 당사자들이 줄기차게 투쟁한 결과다.


마이클 샌델처럼 질문 하나를 던질 타이밍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받는 차별을 철폐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한 노동자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사업장이 있다. 사업주는 앞으로 비정규직이 하던 업무를 모두 정규직 업무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이제 선택지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업무는 그동안 그 업무를 담당하면서 자신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것을 요구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담당해야 할까, 아니면 애초에 그 기업의 정규직 자리를 노리던 사람들이 담당해야 할까(물론 해당 직무에서 애초 정규직을 뽑지 않았다는 뼈아픈 팩트를 별론으로 하더라도). 금번 논쟁의 핵심은 이 부분에 있다.


20대의 분노가 -물론 필자도 20대지만- 부당하다는 논지는 아니다. 오히려 앞서 말한 것처럼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사회적 신분이라면, 그 신분을 스스로의 노력으로나마 극복하고자 하는 것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사실 정규직 밑에 비정규직이 있다면 그 비정규직 밑에 취준생이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노는 당연하나 분노가 가리키는 방향이 영 석연찮다. 불황이라 정규직 일자리가 부족하기만 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은 자동으로 천부당만부당한 일이 되나. 왜 우리는 누가 더 불행해야 하는지를 두고 싸워야 하나. 아는 것이 적어 대안도 없는 글만 끼적여 본다.






※ 커버 사진 출처: 경기일보

※ 정규직화 반대 논거로 총액인건비제도가 구설수에 오르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하여 본론에 넣지 않았으나, 과거 인천국제공항 총액인건비에는 기존 보안요원들의 고용주였던 파견업체와의 보안 위탁 계약 금액이 포함되지 않았을 거라 추측한다. 당시에는 직고용이 아니었으니까! 만약 그렇다면 총액인건비로 정규직화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설득력을 상당 부분 잃게 된다. 이 부분은 확실하지 않아 자세히 아는 분들이 알려 주십사 한다.


#인국공 #인천국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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