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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Jul 10. 2020

오로지 나쁜 행동만이 존재한다

박원순의 성범죄와 자살에 부쳐

"그럴 사람이 아닌데"라는 말은 아무런 힘이 없다. 그럴 사람이 아닌데 그런 짓을 한 경우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나는 착한 사람, 나쁜 사람을 구분하지 않는다. 오로지 착한 행동 혹은 나쁜 행동만이 존재할 뿐이다.


박원순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하 직원에게 성범죄를 저질러 피소된 지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다. 이해찬은 조문길에 받은 기자의 질문에 호통을 쳤다고 한다. 이재명은 '형님'의 죽음 앞에서 황망하다는 말을 남겼다. 당장 여기 브런치만 해도 가해자 박원순에게 지나치게 몰입한 글들이 더러 보인다.


그들은 박원순이 나쁜 사람으로 기억되게끔 하고 싶지 않았거나, 진실로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고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 박원순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도 없고, 착한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박원순은 부천 경찰서 성고문 사건과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의 변호를 맡았다. 성희롱 역시 민법상 불법행위이므로 그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얻어냈다. 지금의 시각에서는 당연한 판결이지만 성희롱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요구한 대한민국 최초의 사건이었다.


그런 그의 일생이었기에 추문 끝에 택한 자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나마 그를 좋게 기억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남아 있는지 모른다. 어떻게든 박원순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음을 강변하려는 노력이 퍽 가상하다.


내가 이래서 위인전 같은걸 별로 안 좋아한다. ~한 삶, ~한 인간이라는 문장은 다 허상이다.


참으로 부질없는 노력들이다. 나쁜 사람도 착한 사람도 없이, 오직 나쁜 행동과 착한 행동만이 있을 뿐인데. 만약 박원순이 진정으로 나쁜 사람이라면, 그가 나쁜 사람인 이유는 단 하나다. 오로지 나쁜 행동과 착한 행동만 있을 뿐인데, 스스로 빚어낸 나쁜 행동 앞에서 도망쳐 자살이라는 또 다른 가해를 저지른 것.


오로지 나쁜 행동만 있을 뿐이다. 다른 노력들은 모두 부질없는 것이다.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식으로 다른 '착한 행동'을 재료 삼아 그가 그렇게 나쁜 인간은 아니었다는 항등식을 만들지 말자. 죽은 사람이랑 같아질 뿐이다. 나쁜 행동을 나쁜 자신에 치환하여 나쁜 본인의 삶을 끝내버리는 더 나쁜 행동을 저지른 어떤 이와 같아질 뿐이다.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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