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봉준호, 2009)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 혜자를 비추면서 제목이 뜨는데, 그때 혜자는 왼손을 옷 속으로 감춘다. 그야말로 뭔가를 감추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 장면을 거기에 붙였다.
- 봉준호, 씨네21 인터뷰에서(2009.06.04)
'마더'는 감추고 싶은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감추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오프닝에서 '마더' 김혜자는 왼손을 옷 속으로 숨긴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예수의 말이다. 원래는 잘한 일을 생색내지 말라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마더'가 숨기는 왼손은 죄인의 손이다. 그 손은 고물상을 죽인 손이다. 아들의 죄를 숨긴 죄가 묻어있는 손이다.
도준(원빈 분)은 엄마 말고는 다른 여자와 자본 적이 없다. 그에게는 자그마한 부끄러움이다. 백숙을 먹으며 도준은 여자와 자겠노라는 당당한 포부를 밝힌다. 진태(진구 분)를 만나러 버스를 타기 전 마더는 도준에게 한약을 먹인다. 도준의 입으로 들어간 한약은 마치 듣기 싫은 소리가 한 귀로 들어가 한 귀로 나오는 것과 같이 입으로 들어가 그대로 소변으로 나왔다.
'정력'에 좋은 재료를 넣어 만든 백숙을 먹이면서도 정작 그 정력 어디 쓰겠냐는 농을 하는 마더. 모르긴 몰라도 한약 역시 정력과 무관한 재료가 들어갔으리라 생각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다. 다만 밑 빠진 독처럼 정력제가 소변으로 배출되자 마더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남자 구실 못하는 아들에 대한 부끄러움 속에서 그녀는 종잡을 수 없는 기시감을 느꼈다. '진작 생리를 마쳤다는' 그녀의 대사가 맥락 없이 쓰여졌을리 없다. 생산해내지 못하는 도준과 마더 스스로의 모습에 드리워진 밴다이어그램의 그림자. 마더는 공연히 부끄러워 소변을 신발로 문질러 숨겨보려 하지만 여의치 않다. 결국 돌이라도 올려 소변을 '감춘다'.
마을 남자들 역시 감추고 싶은 것이 많다. 결국 마을 사람 모두가 감추기 놀이 중이다. 아정(문희라 분)의 핸드폰에 경찰은 없었을까. 고등학생부터 마을 고물상까지 있는 핸드폰에 경찰은 없었을까.
"죄는 돌고 돌아" 다름 아닌 세팍타크로 형사(송새벽 분)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죄는 왜 돌고 돌까. 죄의 현장에서 죄인이 스스로를 감추면 용의자 없는 현장이 된다. 죄인들은 죄를 돌고 돌려 현장에서 스스로를 감춘다. 그러다 죄는 그 죄를 더 이상 돌릴 능력이 없는 자에게 이르러 종착을 맞게 된다. 아정의 살인사건과 무관한 마더 역시 죄를 종팔에게 돌릴 수밖에 없다. 아들을 현장에서 '감춰'야 하므로.
종팔은 인간들의 죄를 대신 짊어진다. 인간의 죄를 대속(代贖)한다. '기도원'에서 나온 종팔은 생부모 없이 태어난 예수와 같이 마더에게 말한다. '울지 말라'. 그저 감추고 싶은 죄를 돌고 돌리는 인간이란 어쩔 수 없이 좋은 혈자리에 바늘 꽂으며 정신없이 춤추는 것과 같이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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