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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 night and Jun 29. 2020

4월 이야기

2019년 4월

누군가 벚꽃을 보고 그러더라. “일년을 기다려 한 철 짧게 피고 지다니 너무 아쉽다”라고. 벚꽃이 피어 있는 기간이 생각보다 굉장히 길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그 말을 듣고 이질감을 느꼈다. 판교 신도시의 봄을 처음 봐서 그런가. 거긴 벚꽃밖에 없다. 라일락도 없고 앵두꽃도 없고 그 흔한 철쭉도 없고. 아파트 화단에도 아무렇게나 삐죽삐죽 자라는 꽃 종류 하나도 없다. 벚꽃과 개나리가 전부다. 이렇게 온 사방에 벚나무 밖에 없고 눈처럼 꽃잎이 휘날리는데 왜 다들 꽃놀이를 가지,라고 매일 생각한다. 특별한 향도 없고 흔한데 왜 개나리나 철쭉 보러는 안 가면서 벚꽃은 날까지 잡고 보러 가지. 핑크색의 힘인가.


그리고 한철만 피고 진다는 건 벚꽃 뿐 아니라 모든 꽃들에게 너무 실례되는 말 아니냐. 꽃이 피는게 한 철인거지 걔네가 꽃을 피우지 않을 때 죽어있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걔들이 꽃을 피우기 위해 사는지 살다가 꽃도 피우고 하는건지 어떻게 알아. 그러고보니 사람들이 매미를 보고 하는 말도 웃긴다. 땅 속에 7년을 있다가 한 계절 살고 죽는다고. 땅 속에서도 살아 있잖아? 애벌레고 고치고 그 모양대로 삶을 살고 있는거지 성충이 아니라고 해서 땅속에 산다고 해서 생명이 반쪽짜린가. 사람들은 진짜 웃겨. 나무가 꽃을 피우는 것도 매미가 밖에 나와 우는 것도 단순히 짝짓기를 위해서인데 자기들 눈에 잠깐 보이는 그게 전부고 그게 그들의 삶이래. 나무는 항상 그 자리에 있고 꽃이 있든 없든 살아 숨쉬고 있는데 말야. 매미가 울고 있지 않을 때 죽어있는 게 아닌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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