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
남편은 남아서 포장이사 마무리를 보고 온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들과 나는 택시를 타고 새로 이사 가는 동네로 향했다. 아침 8시 30분. 택시를 타고 강변북로를 지나서 가는데 그 길이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다.
이사와 동시에 유치원 입학식 첫날이라서 아이들도 긴장하고 있었다. 한참을 택시를 타고 도착했다.
휴. 너무 무리했나? 오늘은 이사 첫날이니까 유치원 입학식은 하루 쉬고 그다음 날 등원할걸 그랬나 후회도 됐다. 유치원 입학식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정신없이 아이들을 새로운 유치원에 들여보내고 난 뒤에 아파트를 한번 둘러봤다. 새집에 들어가기 전에 상가에 있는 떡집에 가서 시루떡도 사서 집으로 향했다. 포장이사업체와 남편은 이미 도착해서 짐을 풀고 있었다.
솔직히 그날은 너무 정신이 없어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사 가기 전에 새집 냄새를 잡아야 한다고 집안에 쑥을 태웠던 것과. 밥솥이 먼저 들어가야 한다고 해서 새 밥솥을 미리 넣어 놨던 일만 기억난다.
아이들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좁은 집에서만 살았는데, 새로 이사온 집이 크다고 어디에 있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하. 그렇게 기분 좋게 새 아파트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나는 여기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