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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Oct 16. 2023

우동 한그릇과 김밥 한줄  

내 마음은 이런데, 다른 사람들은 화려한 기준에 잣대를 정한다.  

가을이다. 날씨는 점점 쌀쌀해져가고, 조금 있으면 겨울이 올거 같다. 찬바람이 불 때 쯤이면 항상 마음이 싱숭생숭 하다.


올 한해 나는 뭐하고 지냈지? 생각해 보니, 이번 해에는 열심히 드라마만 보고 배달음식만 시켜 먹은거 같다.

그래도 한가지 잘한 일을 생각해 보라고 한다면 셀프페인팅에 5번 도전하면서 집꾸미기에 열심이었던 것.


사실 올해 초 1월달에 있었던 일 때문이었다.


나는 사실 집꾸미기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꾸미는것 보다 정리하는것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이다. 새로나온 신상 가전제품에는 관심이 하나도 없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1월에 만난 그 사람으로 인해서 우리집은 정말 많이 달라졌다.


2023년이 시작된지 얼마 안된 1월의 중순에 가전제품 설치 기사님이 방문을 하셨다. 어떤 기회에 우연하게 신청했던 가전제품 일주일 대여 서비스에 당첨이 된것이다. 일주일동안만 공기청정기를 사용해보고 어떤지 감상평을 남겨주면 상품권을 준다고 해서 신청했는데 그게 걸린것이다.


신청했던 사람이 별로 없었던건지, 어떤 큰 메리트가 없었던건지 당첨이 되었다. 기사님이 설치를 하러 오셨는데 설치를 끝내고 집안을 갑자기 둘러보더니 이런말을 했다. 이집은 가전제품이 신제품이 하나도 없고 인테리어도 안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방문했던 집들은 모두 인테리어가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고, 가전제품도 모두 신제품이었다면서 자랑아닌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나에게 이런 기회를 잡다보면 가정 상황에 도움이 될수도 있으니 열심히 해보라고 말하는것이었다. 오래된 내 휴대폰을 한번 쳐다보더니 역시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하는말은 화장실을 쓸 수 있겠냐면서 급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최악이었다. 사실 나는 새로나온 가전제품이나 인테리어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게 어느정도였냐면 2009년에 혼수로 가져온 냉장고와 세탁기를 2023년까지 한번도 바꾸지 않고 사용하고 있었다. 대략 14년을 사용하고 있었다. 고장도 안났고, 멀쩡하게 돌아갔고, 티비에서 신제품 광고를 봐도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주방칼도 2009년에 사서 한번도 갈지 않은채 14년을 사용하고 있었고, 뒤집게 국자 수저세트도 10년을 넘게 한결같이 사용한 사람이다. 붙박이장 안에는 15년이 넘은 자켓, 외투, 치마, 블라우스가 그대로 있었다. 사실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아무런 생각없이 그대로 간직하며 살아왔었다.


2023년 1월 16일. 그날 부터 우리집은 완전히 변신을 시작했다. 그날 나는 사실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다. 그 다음날이 될때까지 밥도 못먹고, 울고, 심지어 속이 안좋아서 구토도 했다. 그리고 나는 어떤 결심을 했다.


3일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신제품으로 나온 화이트 인덕션을 샀다. 그리고 일주일뒤 신제품으로 나온 삼성 비스포크 4도어 냉장고를 샀다. 카드말고 모두 통장에 있던 현금으로 지불했다. 그리고 6개월뒤에는 신제품으로 나온 삼성 올인원 AI그랑데 세탁기건조기를 현금으로 샀다.


그리고 셀프페인팅을 4번이나 했다. 베란다, 주방, 거실, 현관문까지 모두 셀프로 페인팅을 했다. 바닥도 셀프인테리어로 매트를 깔았다. 거기에서만 끝난게 아니었다. 실용성을 위해서 설치한 거실 블라인드도 모두 떼내고 화이트 쉬폰 커튼으로 사서 교체했다. 휴. 거기에서만 끝난게 아니다. 그때부터 인테리어 가구와 소품들을 검색하면서 사기 시작했다.


그사람이 나에게 했던 말과 행동이 자꾸만 생각났다. 역시나 하면서 바라보던 눈빛과 아무렇게나 내뱉었던 목소리와 말투까지 지워지지가 않았다. 생각날때마다 샀고, 가구 배치를 바꿨다. 그리고 우리집은 네이버 인 화면에 나오는 집이 되었다.


올해를 돌이켜 보니, 2023년의 시작을 그렇게 시작해서 거의 일년동안을 집꾸미기에 메달렸던거 같다. 치우고, 정리하고, 옮기고, 꾸미고, 사고, 팔고를 반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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