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함이 방해가 된다면 혼자 해봐도 괜찮아
작년 초부터 온라인 탐구생활을 시작하며 블로그를 공개로 쓰기 시작했다. 랜선 모임에 하나씩 참여하며 한창 자기 계발에 열을 올리던 시기가 있었다.
소정의 참가비를 입금하고 스터디를 신청하면 단톡방이 꾸려진다. 미라클 모닝을 인증한다.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 인증을 하려고 하면 단톡방에는 확인하지 않은 '300+'개의 메시지가 떠 있다. 맙소사. 이게 뭐지.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굿모닝과 아침인사 메시지로 톡방이 도배되었다.
새벽시간을 읽고 쓰고 저마다의 목표로 자기 계발을 한다는 점이 재미있어 보였다. 그것도 온라인에서 라니 생소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취지는 좋았고 참여한 나의 의도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프로젝트가 단톡방 문화와 맞물리니 충격이 컸다.
보통 미라클 모닝이라면 대략 4시 반부터 6시를 말하는 것 같았다. 인증시간이 5시 59분인 걸 보면. 언제부터인가 성공을 말하는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 "미라클 모닝을 왜 못해, 네가 게을러서 그런 거야, 마인드가 썩었어, 정신을 차리라고!" 자꾸 꾸짖고 혼내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런 분위기 속에 존재감은 점점 옅어지고 스스로 작아진다.
여섯 시가 넘으면 실패인가? 밤새고 4시 반에 인증하면 성공인가? 맙소사 이게 뭔가.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고 내 의지로 참여했다는 사실 때문에 더 괴로웠다. 이렇게 자괴감을 느낄 수도 있구나. 그런 환경 속으로 굳이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니...
사실 새벽에 나만의 시간을 가진 것은 꽤 오래되었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끊임없이 불량 수면에 시달린다. 그 틈을 타서 나만의 온전한 시간을 가지기란 쉽지 않다.
쉽지 않은 일은 그만큼의 가치를 가진다. 아이들이 푹 잠이 든 그 시간만이 나의 골든타임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만의 새벽시간을 놓치기 싫어졌다. 그래서 깨어있을 때 아이들과 많이 움직이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밤에는 잘 수 있는 만큼 푹 자야한다.
루틴이 정확하게 돌아간다면 거짓말이다. 나는 사람이지 로봇이 아니다. 아이가 아프거나 내 몸이 어딘지 이상한 날은 잠시간을 헤아리는 것조차 사치이다. 아직 낮잠이 끊기지 않은 아이가 애매한 시간에 잠이 들어 새벽에 일어나는 날도 허다하다. 다섯 시에 함께 미라클 모닝을 하는 날도 있고 일곱 시 반까지 함께 꿀잠에 취하는 날도 있다.
어린 아이 둘을 키우는 평범한 사람인 나에게는 4시 30분도 미라클 모닝이고 아침 일곱 시도 마찬가지다. 종일 피곤한 어떤 날은 일정을 다 소화하고 아이들을 재우다 9시에 같이 잠들기도 한다. 너뎃시간 푹 자고 홀라당 깨서 잠이 오지 않는 새벽 2시, 3시도 나에게는 소중한 미라클 타임이다.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은 의미 있고 든든한 일이다. 하지만 너무 의지하거나 기대하면 안 된다. 무언가 잘 되지 않으면 그 집단 안에 어떤 '동조 시스템'이 있어서 나도 모르게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다들 잘 하는데 왜 나는 안되는거지?'라고. 사실 시스템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면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시스템으로 수정해야 한다. 나에게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안다. 그러니 끼워 맞추려고 하지 말고 내 안에서 울리는 목소리를 들어보자.
결단을 내렸다. 홀가분하게 온전한 나의 의지로 그 방을 탈출하고 난 뒤에서야 비로소 나만의 루틴을 찾았다. 어딘가에 종속되는 삶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살아가기로 다시 한번 결심한 순간이었다. 시간도 인맥도 스스로 생각하고 이끌어 가는 힘이 없다면, 스스로 가진 것이 없다면 그냥 스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절절히 느꼈다.
일단 스스로 바로 서고 내 목소리를 내 보자. 그렇게 나만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나에게 중요한 일을 하나씩 찾아간다. 나만의 미라클 타임에.
읽고 쓰는 엄마사람
@별사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