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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앤디 Nov 23. 2022

107일 만에 두 번째 코로나 일기



월요일 아침. 일주일 중에 가장 바쁜 날이다. 여느 날처럼 등교 등원 준비 중이다. 남편은 회사로, 나도 오늘의 일터로 나가야 하니 일련의 순서대로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다. 요즘 위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클로바로 이야기를 틀어주고 주방으로 가 간단한 아침을 준비한다.


아이가 목이 아프다며 캑캑거린다. 그러더니 스스로 코로나 검사 키트를 꺼낸다. 코를 찌르는 건 아프니까 타액으로 검사를 해 보겠다며 하나 남은 검사 키트를 꺼낸다. 어후, 검사는 무슨 검사야, 열도 없고 그냥 가벼운 감기 정도겠지. 코를 뒤로 넘기는 소리가 심히 거슬리긴 하지만. 이맘때면 늘 가볍게 지나가는 그 감. 기. 말이다.



"아들, 검사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그렇지 엄마? 그래도 나 이거 혼자 해볼래."


그러던지. 코로나일리 없을 테니까. 마음속으로 되뇐다. 타액 검사 키트는 아프게 코를 찌르는 것에 비해 굉장히 편하게 코로나 검사를 할 수 있다. 설명서를 차근차근 하나하나 읽으며 집중하는 모습이 예쁘게 눈에 담긴다. 조금 지켜보다가 이내 돌아서서 하던 일을 마저 한다.







"엄마! 두 줄이야!

설명서에는 희미한 것도 양성이라고 되어있어.

저번에 8월에 검사했을 때 엄마가 희미한 줄 나왔었잖아. 나 기억나, 맞지?"  



희미한 줄???

아아. 이럴 수가. 말이 돼?

온 가족이 코로나에 걸린 지 겨우 3개월 지났다고! 그때 나는 타액검사 키트를 썼었고 희미한 줄이 나왔었다. PCR 결과는 당연히 양성이었고.



남편이 달려오고 둘째 아이가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자기도 피곤하다면서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싶단다. 혹시 너도? 간이 검사를 해 보니 다행히 음성. 남편도 나도 음성. 가만, 지금 음성인 것이 다행인 건가? 첫 코로나 때처럼 어차피 걸릴 거라면 다 같이 격리하는 게 낫지 않나. 끝까지 안 걸리는 게 나은 거 맞지? 잠시 헛갈린다.



갑작스러운 소동에 시계를 보니 8시 40분. 평소에 자주 가는 인기 많은 병원은 벌써 오전 진료 예약 마감이다. 근처 다른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7~8명 대기 중이라는 말에 얼른 남편과 아이를 병원으로 보낸다. 하이톡을 열어 담임선생님께 내용을 전달한다. 둘째는 음... 너는 어쩌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자기도 아프다며 캑캑 목을 쓸어내린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전화벨이 울린다.

"확진이야. 서류 가지고 갈게." 


이럴 수가. 일주일 간 자택 격리 권고. 등교중지. 얼른 양성 확진 서류를 찍어 하이톡으로 보냈다. 조금 있으니 방역기관 통보내역이 등록된 건지 자가 진단 어플에서는 '등교 중지'라는 빨간 글자가 떠 있다.


가을씨의 두 번째 코로나. 8월 초에 걸렸는데 어쩜 이럴 수 있지? 당황스럽다. 날짜를 헤아려보니 107일째 되는 날이다. 벌써 백일이 지났다니 시간은 또 이만큼 달려와 있다. 더 추워지기 전이라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다행히 열은 없고 목감기 코감기가 심한 정도다.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니 신이 났다. 말해 뭐해. 일주일 치 약이나 잘 먹고 잘 낫자. 이만하길 다행이다.


밀린 일들이 떠오르면서 머리가 복잡해진다. 어제부터 마무리할 일들이 있는데, 내일은 수업도 있고 큰일이다. 여러 가지 마음이 뾰족뾰족 올라온다. 퍼뜩 정신이 들며 떠오르는 건 주말에 전국에서 동기 선후배들이 모였던 학회다. 원래 하루 종일 이루어지는 행사지만 우리만의 일정으로 1박 2일을 함께 보냈고 중간에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시간이 떠올랐다. 그들은 괜찮은가 싶어 카톡을 날렸다. 혹시...? 무탈하다는 말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기다리던 이번 주말의 만남은 어떡하지.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일단 오늘을 살아야 한다. 밀린 일들과 정리는 접어두더라도. 끼니와 간식, 비타민도 잘 챙겨 먹고 잘 쉬고 회복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도 어딘지 모르게 억울한 마음은 뭔지. 내 방에서 고요히 혼자 작업하던 시간에 가족 넷이 다 모여 있으니 2년 반 전 코로나 초기의 모습이 떠오른다. 공포심이 굉장했던 시기, 결혼 10주년 여행 계획도 무산되고 남편은 재택근무를 했고 아이들은 유치원을 퇴소했었다.



집에서 종일 마스크를 끼고 있으니 숨쉬기 답답하다.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하며 창밖으로 숨을 내쉬는 순간 가족에게 새삼 고맙다. 그동안 하루 종일 일터에서 마스크를 끼고 동분서주했을 남편이 고맙고 학교와 유치원과 태권도장을 뛰어다녔을 아이들에게 고맙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환경이 고맙고 각자의 방에서 밥도 따로 먹고 웃으며 놀이하는 아이들이 고맙다.



다행히 증상이 심하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아픈 건 아픈 거다. 여러 번 걸릴수록 건강이 안 좋아진다니 (인터넷에서 건강정보를 얼마나 뒤졌는지 모른다) 나머지 가족이 다시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둘째 아이의 유치원에서는 삼일 동안 쉬는 것으로 자체 지침을 정했다고 한다. 남편 회사도 마찬가지. 이만하길 다행이라 여기며 집안에서 지지고 볶고 그럭저럭 삼일을 살아내야지. 오늘도 역시, 하루만 잘살자.


이웃님들도 무탈하시길.





*동거인(가족) 확진자인 경우-10일간 수동 감시 권고 준수와 3일 이내 PCR 검사 또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음성 시 6~7일 차에 신속항원검사(권고)

* PCR 검사 후 음성으로 통보받을 때까지 자택에서 대기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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