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라 소렌토로
이 노래를 떠올린 것은
바다가 유난히 고요하던 날이었다.
고등학생이던 그때
바닷바람 속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이유는 몰랐다.
사람은
왜 떠난 뒤에야
돌아가고 싶어질까.
훗날 알게 되었다.
이 노래는 1894년, 소렌토의 한 호텔 창가에서 태어났다.
에르네스토 데 커티스(Ernesto De Curtis)는
형 지암바티스타 데 커티스(Giambattista De Curtis)의 시에 곡을 붙였다.
<Torna a Surriento>.
민요로 불리지만
그 말만으로는 이 노래의 시간을 다 담지 못한다.
나폴리를 떠올리면
바닷바람 속 노래가 먼저 떠오른다.
<Santa Lucia>와 함께
입안에 오래 남아 있던 멜로디.
작은 포구에서 자란 내게
그것은 음악이라기보다 기억에 가까웠다.
조수에 따라 배들은 갯벌에 몸을 기대었고,
망둑어는 물결 속으로 스며들었다.
갈매기 울음은 배경이었고,
설명되지 않던 바다는
마침내 노래가 되었다.
나이팅게일의 울음이 마음을 흔들었고,
그 떨림이 곡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두 형제는 여러 작품을 함께 남겼지만
<Torna a Surriento>는 그중에서도 멀리 갔다.
지역의 노래로 태어났으나
세련된 시어와 선율을 입고
세계로 번져 나갔다.
소렌토는
나폴리 만 (Bay of Naples) 건너편의 도시로
그곳에서
아말피 해안이 시작된다.
포도주와 올리브유, 과일 향이 스미는 땅.
가사 속 “감귤 향기를 기억하라”는 구절은
그 도시의 공기를 정확히 붙든다.
절벽 위로 레몬 향이 번지던 그곳에서
사람들은 풍경을 사랑하면서도
생계를 위해 떠나야 했다.
그래서 소렌토는
아름다움과 상실을 함께 품은 이름이 되었다.
고대부터 휴양지였던 이곳은
‘세이렌의 땅’이라 불렸다.
요정의 노래에 이끌린 뱃사람들이
길을 잃었다는 전설이 남아 있다.
노래는
사람을 떠나게도,
돌아오게도 한다.
이 곡은 연인에게 속삭이지만
19세기말 남부 이탈리아를 떠나야 했던 사람들에게
그 말은 사랑 이상의 것이었다.
산업화의 흐름에서 밀려난 남부에는
아메리칸드림이 번졌다.
젊은이들은
나폴리 항에서 배에 올랐다.
절벽 위의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올리브밭만으로는
삶을 이어갈 수 없었다.
어린 시절 떠나온 고향은
내게도 오래 남은 그리움이었다.
세월이 흐르며
고향은 마음속 풍경이 되었다.
서른 해가 넘은 뒤 다시 찾은 그곳은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무엇보다
한 사람의 부재가
긴 그늘을 남겼다.
그때부터
‘고향에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게 되었다.
고향은
돌아갈 곳이 아니라
내면 깊이 잠든 풍경이 되었다.
1880년부터 1924년까지
이탈리아에서만
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바다를 건넜다.
19세기말,
남부 이탈리아의 항구들은 떠나는 사람들로 붐볐다.
나폴리는
새로운 대륙으로 향하는 배가 닿던
마지막 육지였다.
그들의 흔적은
Littel Italy로 남았다.
바다는
희망이자 출구였다.
돌아오겠다는 다짐은 늘 있었지만,
현실은 그 약속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움이 언제나
고향을 향한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노래는
엔리코 카루소(Enrico Caruso)의 목소리를 통해
세계로 퍼져나갔다
나폴리에서의 혹평을 받았던 그는
세계 무대에서 다시 노래했다.
그의 삶은
‘돌아오라’는 이 노래의 정조와 닮아 있었다.
그 여운이 이 여정의 마중물이 되었다.
로마행 비행기를 앞두고,
나는 캐나다 아카디아 지방을 따라 이동했다.
케이프 브레턴 섬과
가스페 반도에서
대서양을 바라보며
지중해의 손바닥, 이탈리아의 바다를 떠올렸다.
실재하는 풍경보다
기억 속 바다가 더 또렷했다.
『가스페』라는 시집을 펴낸 시인이 있었다.
그곳의 바다는
다크블루 물감을 풀어 놓은 듯 깊고 어두웠다.
그 바다에는
타자화된 시인의 마음이 잠겨 있었다.
한 문인의 뒤뜰에서 내가 부른 이 노래를 두고
"자연스레 장면에 스며든다"고 하던 그의 말도,
가스페 바다와 나누었다는 교감의 언어도 아니었다.
다만 한 문장이 남았다.
“시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시인의 고뇌가
메아리처럼 울렸다.
2024년 9월 20일,
아말피 해안으로 향하는 길목
소렌토 전망대에 섰다.
세이렌의 전설이 남아 있는 그곳에서
오래전부터 나를 불러온 바다를 마주했다.
푸른 수평선을 바라보다
카루소의 삶이 떠올랐다.
떠났고
돌아왔으나
끝내 닻을 내리지 못한 사람.
그러나
목소리만은 남았다.
소렌토 전망대
바람 속에서 노래를 부르다
어느 구절에서 숨이 먼저 떨어졌다.
“Vide ’o mar quant’è bello…”
“아름다운 저 바다와…”
나폴리만 위로
내 노래가 흩어졌다.
파도 소리는
오래된 한숨처럼 들렸고,
짠 바람이 목을 스쳤다.
그 순간
그의 숨결이 바다로 돌아갔다고
나는 느꼈을 뿐이다.
내가 노래를 따라 여기까지 온 것인지,
이 풍경이 노래를 불러낸 것인지,
그 차이를
나는 아직 말하지 못한다.
다만,
돌아오라는 그 한마디가
오래도록 내 안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