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저 강가에서

<내 맘의 강물> 마지막 회

by 김환

2023년 3월,

나는 다시 프레이저 강가에 섰다.


이 강은

로키산맥 마운트 롭슨에서 시작해

1,400킬로미터를 흘러

태평양으로 향한다.

긴 시간을 돌아

결국 바다에 닿는 물길이다.


내가 선 곳은

하류의 포트랭리 근처,

19세기 모피 교역으로 번성했던 땅이다.


그때서야 알았다.

이 노래의 제목이

비유가 아니라 사실에 가까웠음을.


멈춘 것처럼 보이던 것도

결국 다시 흐른다는 사실을.


의식 또한 그러하다고 한다.

William James가

마음의 움직임을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했던 것처럼.


프레이저강(내맘의 강물).jpg

이 강처럼, 멈춘 것들은 결국 다시 흘러간다



멀리 골든 이어스 봉우리는

눈을 이고 있었고,

낮게 드러난 물가에는

몇 개의 뗏목이

다음 여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삶에서 길을 잃을 때,

누군가의 노래와 목소리가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듯,

물가의 뗏목들도 조용히

흐름을 함께 준비하는 듯했다.


그 흐름을 바라보며

나는 내 시간의 변화를 떠올렸다.


수술 이후,

하루의 속도는 이전과 달라졌다.


식탁 앞에서 숟가락을 들어도

한참을 기다려야 했고,

말이 길어질수록

소리는 목 안에서 먼저 부서졌다.


그때 나는

말 대신 숨으로

하루를 건넜다.


긴 침묵 속에서

목소리뿐 아니라

마음의 문까지 닫혀 버린 듯했다.


어느 날, 아주 작은 소리로

한 음을 내보았다.


두려웠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그것이

나를 되찾는 여정의 시작이었다.


시간이 흐르자

음역과 음량이 조금씩 돌아왔다.


감정을 목소리로

다시 말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위안이 되었다.


그 회복의 중심에

아내가 건넨 노래,

<내 맘의 강물>이 있었다.


그 노래는

말없이 내 손을 잡아주었고,


누구도 대신 흘릴 수 없는

눈물과 기쁨,

고통과 치유를

내 목소리로 말하게 했다.


이제 나는

프레이저 강을 바라보며

천천히 호흡을 고른다.


“수많은 날은 떠나갔어도


내 맘의 강물 끝없이 흐르네.”


강가의 바람은

그 노래처럼

고요하면서도 단단하다.


흘러간 날들은

나를 품은 강물이 되어

지금도 조용히 흐른다.


길고 거친 여정이어도

노래를 따라

마음의 강물 속으로

천천히 나아간다.


그 흐름 속에서

나는 다시 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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