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이 죽고 앨리는 한동안 두문 분출했다.
저명한 미디어 비평가는 앨리가 연예계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은퇴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술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앨리는 근 몇 개월 간 이렇다 할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았다.
소속사를 통해 그 어떤 성명도 발표하지 않았다.
추모식에서 불렀던 잭슨의 곡인 I'll never love again은
그의 죽음에 힘입어 센세이셔널한 주목을 받았다.
기록할만한 음반 판매고를 달성했지만,
그녀는 추모식 무대 이후로 단 한 번도 미디어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무대를 내려오며,
"그이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단 한 마디를 남긴 것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인사의 전부였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안부를 궁금해했다.
남편을 잃은 그녀에 대한 걱정 한 편,
호기심에 기인했을 질문들이 주를 이룬...
떠오르는 신예 아티스트로서 발판을 마련해나가고 있던 와중에 불운처럼 닥친 남편의 죽음,
죽음의 이면에 검은 베일처럼 드리워진 부부의 사생활에 관한 온갖 추측과 억측...
이 모든 것은 할리우드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쉬운 안주거리였으므로.
앨리는 짧은 연예계 생활 동안,
화려한 무대 이면의 허무함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눈에 띄는 성공을 거뒀지만,
폐허처럼 허물어져가는 잭슨을 보면서,
아무리 복구하려고 노력해도
우리가 열망하는 처음의 순간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한 숙명을,
앨리는 자신이 가장 사랑한 잭슨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고통스럽게 응시해야 했다.
하지만 잭슨과 같은 선택을 하기엔,
오직 노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
노래가 주는 에너지가 실로 막강했다.
앨리가 잭슨을 통해서 배운 유일한 자산은,
"사랑이란, 자신이 감당하길 주저했던
모든 것들을 용기 있게 받아들이는 일이기에."
앨리는 객관적으로 자신을 응시해야 했다.
'음악'이라는 매게가 없었다면,
어쩌면 잭슨과의 사랑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들은 음악으로 철저히 하나가 되었고,
완벽히 분리될 수 있었다.
노래를 부름으로써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잭슨이 없는 지금,
앨리는 슬픔을 느꼈다.
슬픔을 넘어선 원망의 감정에 손쉽게 잠식당했다.
"심장을 찢는듯한 고통이 있다면 이런 거겠지.
그 고통을 빌어먹을 당신이 선물한 거야."
잭슨을 묻고 돌아온 날,
앨리는 자신도 모르게 이 말을 내뱉었다.
앨리는
노래를 함께 부르던 동지와
인생의 반려자를 한순간에 잃었고,
그로 인해 숨 쉬는 것조차 힘겨웠지만,
살아가야 했다.
살아갈 이유를 느낄 수 없는 한,
앨리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앨리를 둘러싼 모든 사물이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고,
앨리를 둘러싼 모든 삶이 허물어져 가고 있었다.
앨리는 몇 개월을 두문불출하며 한 가지의 결론에 닿았다.
이렇게 살다 간 자신 역시 잭슨처럼 될 수도 있겠다는.
그러나 그녀는 달랐다.
잭슨과 다른 선택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느끼는 시간 속으로,
용기 있게 한 발자국을 내디뎌야 했다.
그것이 단지 유튜브에 게재된 영상을 보는 일이라 할지라도...
바비가 잭슨의 추모식에서 노래를 불렀던 순간을 담은 영상의 링크 주소를 진작 보내주었지만,
차마 열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던 그 영상의 재생 버튼을
앨리는 떨리는 손으로 터치했다.
새삼,
노래를 부르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앨리는 이 노래의 존재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떠올렸다.
그날, 잭슨이 했던 말 한마디 한 마디를 잊지 않고 복기하려 노력했다.
"잘은 모르겠는데,
마음에서 흘러나와서 종이에 저절로 써내려 가지더라고."
환청처럼 들리는 잭슨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앨리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러다 영상의 하단에 달린
잭슨의 팬이라고 자처하는 한 여성이 남긴 댓글을 읽게 되었다.
앨리.
저는 애리조나에 사는 잭슨의 오랜 팬이에요.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어 저 역시 가슴 아프지만...
혹시라도 언젠가 이 응원의 댓글이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년간 살아온 남편이 작년에 자살했어요.
나는 가장 친밀한 차원에서 당신이 부른 노래에 공감했어요.
당신의 고통, 두려움, 원망, 그리고 슬픔까지도 말이죠.
앨리, 충분히 쉬고 난 다음에 무대로 돌아와 줄래요?
오랜 팬이었던 잭슨이 부재한 자리,
나는 이제부터 당신의 노래로 채우고 싶으니까요.
잭슨이 죽은 후
고통의 감정에 잠식되어 숨을 제대로 쉬기가 어려웠던 앨리는,
그제야 깊은숨을 내쉴 수 있었다.
앨리는
그 길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두텁게 쳐놓은 암막 커튼을 걷었다.
수개월을 칩거하는 사이,
계절은 봄을 지나 여름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바비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고 싶은데,
테이크아웃이 가능하겠냐고.
이제 다시 노래를 부르고 싶어 졌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