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해주던 그때,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을 무렵이었다.
팀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왔지만
세 아이가 각자의 방식으로 독립한 후,
간절히 어떤 시간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물수제비를 뜨던 해변가나,
마음속 이야기를 두서없이 나누던 낡은 서가나,
원 없이 소리를 지르며 탁구를 치던 지하실이나.
그 시절로 다녀오고 나면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감정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그것은 대체적으로 아버지에 대한 것이었다.
과거 속에서
아버지는 늘 팀과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이를테면,
바닷가를 산책하며 물수제비를 뜨거나,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지칠 정도로 탁구를 치는 일과 같은 것,
과거에 무수히 반복했던 일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팀의 눈을 또렷이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의 탁구 경기가 세 번째 세트의 매치 포인트를 향해 갈 때였다.
아버지는 팀을 이길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런데 급작스레 -두 손 두 발 들었다는 듯- 탁구채를 내려놓은 것이다.
팀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게임을 포기한 모습이 아닌, 더할 수 없이 담백한 아버지의 어조 앞에서.
"팀, 이젠 나를 보러 그만 왔으면 좋겠다.
현재를 살아야 해.
메리도 한 편으로는 외로울 거란다.
네 아내를 절대로 혼자 두지 말아라."
팀은 아버지의 반격 앞에 그만 자리에 주저앉았다.
"알고 계셨어요?"
"그럼... 아비를 바라보는 눈빛이 이렇게나 깊어졌는 걸. 그런데 그 변화를 정작 너는 알아채지 못한 것 같더구나."
"저는 여전히 어리석은 아이일 뿐인 걸요."
"그렇지 않단다. 너는 정말 훌륭한 아들이었어. 이렇게 깊어진 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지. 그동안 얼마나 멋진 인생을 살아왔는 지를."
아버지의 말에 팀의 가슴은 회한으로 벅차올랐다.
자신을 가잘 잘 아는 존재에게 받는 최대한의 격려가
지친 삶에 얼마나 강한 에너지를 주는 지를,
아버지의 그 한 마디가 얼마나 그리웠는 지를
팀은 잘 알고 있었다.
"제가 더 이상 만나러 오지 않길 바라세요?"
"그럴 리가 있겠니? 네가 나를 만나러 오는 이 시간은 언제나 큰 기쁨이었는 걸. 하지만 팀, 과거에 이렇게 오래 머물러 있다 보면 현재를 망각하게 될 거야. 완전한 시간이 오롯이 과거에만 있을 거라는 건, 어쩌면 네 착각인지도 모른단다. 어서 돌아가서 메리의 손을 잡고, 그 애와 함께 따뜻한 저녁을 먹었으면 좋겠구나."
아버지의 말을 듣는 순간, 팀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21살의 팀은 눈물이 많은 남자였지만,
51살의 팀은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는 남자가 되었으니까.
팀은 언젠가의 '그날'처럼 아버지와 다시없을 긴 포옹의 시간을 나누었다. '또 올게요'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