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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예지 Nov 17. 2020

무우 적당희 크게 썰고

Recipe 3. 동탯국

@최명순


동태

다 녹은 다음

국 끓이는 법

무우적당희 크게 썰고

 기름에 뽁다가

국물 적당량 붓고

파조금 넣고 꼬추썬것좀

넣고 마늘 다시다

첨가




어린 시절,

겨울의 초입이 가까워 오는 주말 아침이면

엄마는 가족을 위해 맑은 동탯국을 끓였다.


시골에서  구하기 쉬운

가장 흔하디 흔한 무와 파를 슴덩슴덩 썰어

맑고 시원하게 우려낸 통탯국은,

아주 가끔 맛볼 수 있는 별미 중 하나였다.


 어릴 때나 지금이나

갓 지은 뜨거운 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동탯국을 먹을 때면

어제 해놓고 남은 적절한 찬기와 찰기로 배합된 밥을

한 숟가락 떠서 오물오물 씹은 후,

(말아먹는 것 또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동탯국의 맑은 국물을 거듭거듭 떠먹으며

밥알이 입 안에서 헤실헤실 춤을 추듯 놀다가 

목구멍으로 미끄러지듯 넘어가는 것이 그렇게나 좋았다.


금세 차오르는

기분 좋은 포만감이란!


엄마는 푹 삶긴 보들보들한 동태를 한 덩이씩 건져 내어

날카로운 가시를 발라냈다.

그러고는

어린 우리들이 먹기 좋게

동태 살을 한점 한점 밥 위에 올려주었다.


동탯국이 올라온 날에는,

엄마가 대신 살을 발라주었기에,

서툴게 젓가락질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나저나

동탯국의 시원한 국물 맛의 비밀이

(무도 파도 아닌)

'다시다'였다니!


'다시다' 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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