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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운전점수는?

by Ander숙

6월쯤에는 자동차 보험을 갱신해야 한다. 나는 보통 다이렉트로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는데, 최소 3개의 보험사를 비교 설계해서 가장 싼 보험사에 가입하곤 한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안전점수 할인특약도 받아보고 싶어서, 지난달부터 30분 이상 운전할 일이 있으면 'T맵'을 이용하고 있다.


지금 내 안전점수는 87점이다. 그런데 남편이 내 점수를 보더니 '87점 밖에 안 돼? 얼마나 난폭하게 운전을 하길래?' 이러는 것이 아닌가! 난 순간 울컥했다. 87점이 낮은 점수라고? 내가 난폭운전을 한다고?


난 주행거리 자체가 짧아서 그런 거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남편은 아무리 짧아도 대부분 90점 대라고 말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사실이 아닐 것이다) 내가 난폭운전자라니!


난 정말로 소심한 운전자이다. 운전경력이 10년이 넘었지만 그다지 자신 있지 않기 때문에 늘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 좌회전, 우회전 시에는 반드시 깜빡이로 먼저 알리고, 고맙거나 미안할 때에는 쌍깜빡이로 마음을 표시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쫄보이기 때문에 끼어들기는 못한다. 그래서 일찌감치 여유 있게 차선변경을 해서 원하는 차선에 들어가 있는 편이다. 그렇지 못할 때에는 그냥 끼어들기를 포기하고 내비게이션이 다시 안내해 주기를 기다리며 직진을 하는 것을 선택한다. 좁은 길이나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는 그냥 무조건 천천히 간다. 그래서 가끔 내 차를 얻어 타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가면 복장은 터져도 사고 날 일은 없겠네'하고 칭찬인지 모를 말을 자주 들었다. 그런 내가 난폭운전이라니.


그래서 안전운전 감점 요인을 찾아보았다. '과속 72%, 급감속 28%'로 나와있었다. 딱 떠오르는 한 구간이 있었다. 이곳은 내비게이션에는 40Km 과속단속구간으로 나오는데, 실제로 카메라가 설치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러다 보니 이 구간을 지나는 지역사람들은 대부분 그냥 쌩하고 지나간다. 하지만 쫄보인 나는 항상 이 구간에서 혹시나 이번에는 카메라가 있지 않을까 하고 급감속을 하게 되고, 결국 카메라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난서는 40Km까지는 낮추지 않은 채 과속인 상태로 주행했다. 역시 이유는 있었다. 보험갱신 전까지는 이곳을 피해서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를 난폭운전자로 몰아간 남편은 많이 괘씸하지만 그래도 나의 안전운전 점수를 올릴 해법을 찾았으니 용서하기로 했다. 자동차 갱신하는 날 할인받은 돈으로 맛있는 고기나 사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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