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by 제인

살결이 바람에 에인다.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은 기억 너머의 봄의 잔상.
결국 온다는 걸 알고 있어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기다리는 마음이
얼마나 힘든지 나는 알아.


함께하는 영원을 그토록 바라던 우리는
드디어 영원에 갇힌 걸까.
차갑고 버석한 너의 손을 마주 잡으며.


살결이 맞닿을 수 없기 때문에
더 서로를 찾도록 만들어진 걸까, 이 계절은.


내 속은 이토록 뜨거운데
밖으로 새어 나올 때는
왜 이리 식은 낱말뿐인지.

건조한 마음이 흘러나갈까 무서워
네 손을 부여잡고 연신 따뜻한 입김을 분다.

겨울바람을 맞아 더욱 차게 식은 낱말이
너를 할퀼까 두려워 말을 아낀다.


굳은 얼굴에 힘을 줘
다른 계절보다 더 정성 들여 웃어본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들리는 거지?
겨울에만 볼 수 있는
유달리 진한 너의 입주름이 좋아.


“언젠가 가장 무서운 일이 뭐야?”
라고 물었을 때
나는 기다리는 일이 무서워,
라고 답하던 너의 얼굴이
너무 슬퍼서.


너의 두려움은 어디서 각인된 걸까.
어디서, 어떻게 새겨졌길래
끝내 덧입혀지지 않는 걸까.


하지만 겨울은 덧입히는 계절이니까.
숨겨야만 살아낼 수 있는 계절이니까.

그 핑계로 너의 손을 잡고,
꽉 안고,
그래. 내가 알고 있으니까.
내가 너를 아니까.

내 품은 숨이 다할 때까지 따뜻할 테니까.
그러면 됐어.


겨울이니까,
복잡하게 말하고 싶지 않아.
아주 단순한 언어로 너를 사랑할 거야.
끝끝내 봄까지
너를 감싸 안고 데려갈 거야.
잘 버틴 사람의 문장을
너에게 각인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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