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당신에게 보다 따뜻하기를

by 제인


겨울은 길고, 춥다.

하지만 겨울보다 더 추운 것은 우리들의 관계.

따닥따닥 붙어있는 것 같지만 각기 다른 섬처럼 존재하는 사람들. 우리 사이에는 다리가 없어. 좁혀지지 않는 간극. 나의 따스한 말이 당신이 있는 곳까지 닿을 수 있을까?

날카로운 말은 쉽게 허공을 뚫고 가슴께에 박히지만

따스한 말은 한참 식어서 당신에게 도착하는 것 같아. 나는 그게 너무 아쉬워.


세상이 나에게 너무 차갑다고 느낄 때.

나를 둘러싼 온기는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

매서운 겨울바람이 가슴 안에서 소용돌이칠 때.

그래서 너무너무 외로울 때.

외로움이란 감정으로 죽을 수도 있나? 의심하게 될 때.


우리는 왜 이렇게 외로운 걸까?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 나만 느리게 멈춰있는 것 같아.

그래서 내 곁에 아무도 없는 걸까? 다들 앞만 보고 빠르게 가느라, 내가 여기 있는지 잊었는지도 몰라.

각자 멈추는 시간이 달라서 우리는 이렇게 외로운지도 몰라.


그러니까 내가 멈춰있을 때 누군가도 멈춰있을 수 있어.

주변을 잘 둘러보기.

세상이 나에게 따뜻할 수 있는 방법은

추운 이에게 먼저 다가가 온기를 나눠주는 것.

나눠주고, 나눔 받는 것.


나는 내 안에 있는 추운 아이에게 다가갔어.

내내 겨울에만 있던 아이에게 처음으로 용기 내서 다가갔어.

스스로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방법밖에 모르는, 겨울에서 사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 온기를 나눠줬어.


꼭 안아주고, 이것이 온기라고.

이것보다 더 따뜻한 계절이 있다고. 봄이 있다고 알려줬어.

아이는 믿지 않았어 아직은. 그 아이는 평생을 겨울에만 살았으니까.

하지만 계속해서 알려주면 아이도 믿게 되지 않을까?

느리지만, 눈에 보이진 않지만,

봄이 정말로 오고 있다고 말이야.

내가 믿어도 믿지 않아도

아주아주 느린 속도로 진짜 봄이 오고 있잖아.


나는 아이의 꽁꽁 언 손을 마주 잡았어.

스스로를 미워해도 괜찮아. 싫어해도 괜찮아.

고치려 하지 않아도 돼.

미워하는 나도 나고, 사랑하는 나도 나야.

그냥 그대로 있어줘. 내가 봄이 정말 온다는 걸 알려줄게.

봄에서 너는 또 다른 얼굴을 가진 아이라는 것을 내가 알아.

내가 너도 알게 해 줄게. 찬란한 봄의 얼굴을 가진 너를 알게 해 줄게.

아이에게 거듭해서 말해줬어.


각자의 겨울을 잘 살아내기를.

마음 속에 있는 아이와 손을 마주잡고 잘 견뎌내기를.

비로소 봄면, 세상이 당신에게 따뜻할거야.

더없이 따뜻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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