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나와 참 닮았다.
작은 키에 듬직한 상체, 구부정하고 약한 허리, 남을 너무 배려한 나머지 소심해 보이는 마음 씀씀이, 아들밖에 모르는 바보, 함께하면 피해 줄까 차라리 혼자 있음을 택하며 빵을 좋아하고 후라이드치킨의 닭다리는 빼앗기기 싫은 그녀는 나와 닮았다.
그녀는 등에 땀난다며 내게 보여주고 나는 사각팬티 바람으로 그녀 앞을 활보한다.
서로 닮은 우린 서로에게 부끄럼이 없다.
그녀는 다름 아닌 나의 장모다.
날이 더워지니, 작년 이맘때의 어머님 모습이 떠오른다….
멀찍한 남쪽 끝, 완도에 사시는 어머니.
너무 멀어 삶에 치이다 보니 쉽사리 결정을 못 하다 어머님의 상경도 힘들어지고 얼굴 뵌 지가 오래라 큰 맘먹고 여름휴가를 완도로 정했다.
불효막심하게도 아버님 돌아가신 지 9년 만에 방문이다.
그간 파병이 핑계가 되었다.
처가에 도착하니 대문을 활짝 열어 놓고 어머님이 우리를 반긴다.
구부정한 허리로 찐 전복을 들고 문지방을 오가는 힘겨운 모습과 싱크대에 몸을 기대고 설거지를 하시는 모습에 '외식할걸'하고 후회가 밀려온다.
더위를 피해 BTS도 다녀갔다는 일몰공원에 앉아 아들 이야기를 하는 어머니 얼굴이 유독 행복해 보인다.
어디에 있건 부모의 마음은 나침반의 바늘처럼 항상 자식들에게 향해 있다. 부모란 그런거다.
"아버님 돌아가신 지도 벌써 9년 됐네" 하신다.
그간 홀로 이곳에 사시니 참으로 적적하고 외로우셨겠지….
"아버님께 한 말씀하세요 어머니! 영혼도 말해야 들어요. 생각만 해서는 아버님도 들을 수 없어요."
"그런가?"
잠시 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긴 듯…,
무어라 하셨을까? 혼자 계실 때 혼잣말로 "보고 싶소, 여보~" 이렇게 말씀하시겠지?
어머님을 모시고 근처 바닷가펜션에 도착해 뜨거운 태양 아래 바닷물에 온몸을 담가본다.
이젠 몸이 불편하고 두려움에 깊은 곳에는 못 들어오시지만, 얕은 물에서라도 튜브에 몸을 기대고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바라본다.
처음 장모님 손을 잡아드리며 산보를 하던 날,
고생을 말하듯 거칠지만 따뜻한 장모손의 감촉이 내게 전달되고 부드럽고 폭신한 나의 손을 느끼며 장모는 "손이 이렇게 고와서 어찌 먹여 살릴까!" 하며 걱정하셨더랬다.
그래도 약간은 도시스러운 사위가 조금은 스윗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짧은 1박 2일의 시간을 보내고 집에 올라오는 길,
와이프는 비가 내리치는 차창 밖을 보며 혼잣말처럼 "이제 엄마가 아니라, 할매네"라 한다.
너무 오랜만에 뵈니 갑자기 늙어버린 모습과 짧은 만남의 아쉬움에 마음에서 나오는 소리다.
무척 마르고 깊게 주름진 얼굴에 걱정이다.
'즐겁고 웃을 일이 많아야 할 텐데…,
자식들이 잘 살아서 걱정 끼치지 않아야 할 텐데….'
아무리 늙어도 우리네 어미의 사랑은 가장 크고 아름다운 영원한 사랑이다.
제 몸을 새끼에게 먹이는 염낭거미보다 사는 내내 더 희생적이다.
어디에 계시건 부모는 우리와 언제나 함께한다.
엄마는 영원히 엄마다.
P.S
찾아뵈려 맘먹었던 생신은 지나버렸다.
자주 찾아뵈려 마음은 먹는데 삶이 녹록지 않다.
누구는 핑계라 할지도 모르겠다.
죄송할 따름이다. 여러모로….
그립다.
추석연휴에 꼭 찾아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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