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중헌디?
산 사람과 죽은 사람,
친정과 시댁,
가까운 거리와 먼 거리,
생신과 제사.
와이프집안과 나의 집안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참 많다.
오남매에 각각 같은 나이 터울, 태어나고 죽는 것 까지….
장인어른 생신에 찾아뵌 완도에 있을 때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오밤중에 올라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운전을 하고 장모님 생신에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매번 제사 준비하며 장모님께 전화로 축하인사를 전한다.
묘하게 장인과 장모의 생신날에 아버지, 어머니의 제삿날이 되었다.
기쁜 날인가, 슬픈 날인가?
축하할 날인가, 애도할 날인가?
우린 무슨 연(緣)일까?
와이프는 싫은 소리 할 만도 한데, 항상 일언반구(一言半句)도 없더니,
올해는 "완도만 아니면 당연히 엄마한테 갈 거야" 투정 부리듯 말하는 그녀.
죽은 사람이, 시댁이, 가까운 게 중요해서 제사에 간 것인 양, 현실에 치이며 장모님께 못 가는 아쉬운 마음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 또한 마음이 아프다.
생신날 찾아뵙는 일이 이토록 힘든 일이 되어 버렸을까?
내 몸상태, 재정문제, 아들학업문제 등……,
나의 희망을 담아 그녀에게 편지를 써본다.
우리는 어두운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그 시커먼 통로를 서로 잃지 않으려 부둥켜안고 손을 꽉 잡고 달리고 있다.
눈이 감겨 방향을 잃을까 손을 잡아주고 느려지면 당겨주며,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잔가지 다 잘라진 몽둥이 하나지만 서로 기대어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중요한 것도 모르고 쓸데없이 가지 많던 시절에 못해준 게 많은 걸,
이제는 알겠어서 고마워서, 사랑해서, 해주고 싶은데….
나의 말은 변명처럼 들리고 허공에서 힘을 잃어버리고…,
시끄럽고 입만 아플 뿐이다.
나의 진심이 거짓이 돼버려서 난 아무 말을 할 수가 없다.
달라졌음에도….
못하고 있음에,
못할 것 같아,
작아져 버려 고개를 떨군다.
당신이,
이토록 아름다운지,
이토록 사랑스러웠는지,
이제야 깨닫지만,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네….
부디 당신,
늦었다 말고,
나를 더 꽉 잡으시오.
이 긴 터널 끝이 어떨지 몰라도,
이 어두움과 두려움을 계속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갑시다.
언젠간 빛이 보일 거요.
찬란한 빛이 아니라도 희망의 빛이 반드시 있을 테니….
곧 여러 개의 빛이 나올 것 같소.
예지몽을 꾸었소.
그렇게 되리라 희망을 가져보오.
나날이 빛이 나는,
나날이 더 반짝이는,
우리가 됩시다.
그동안 지치지 않게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맙소.
이젠 내가 당신 곁에서 그대가 나날이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소.
영원히 함께 할 테니, 외로워도 두려워도 마시오.
난 당신의 짐이 아닌 빛과 희망이 되리다.
날 믿고 따라오시오.
사랑하오.
P.S
우린 전생에 무엇이었을까?
모른다.
그저 이생에 부부의 연을 맺고 사랑하며 아름답게 살고자 할 뿐이다.
사랑으로 아름다운 인연을 만들어간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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