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시공 시 문이 안 열릴 수도 있습니다."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살림처럼 이번 이사준비가 그랬다.
살며 몇 년에 한 번 이사하는 우리라, 철저히 준비하려 하지만 매번 엉성하다.
이번엔 동네이사가 아니라 몸과 마음도 이전과는 다르게 느끼는, 조금은 먼 타지로의 이사다.
걱정이 앞선 탓인지 우리는 6개월 전부터 이사준비를 했다. 대학생이 되어 있을 아들과 새로운 일을 하고 있을 나와 와이프직장과 가까운 곳으로 심사숙고해서 인터넷을 뒤지고 발품을 팔아 그렇게나 빨리 계약을 했다. 이사한들 달라질 건 없겠지만, 고3이라는 힘든 시간이, 병이 악화되며 이 정체된 자꾸 아래로 처박히는 이런 상황에서 기사회생하길 바라며 새로운 곳을 찾아 기대와 설렘이라는 것을 억지로라도 가져보려고 그렇게 서둘렀는지도 모른다.
다만 빨리 새롭게 다시 출발하고 싶었다.
그간 다른 기쁘고 즐거웠던 일들도 잊은 채….
매번 한철 메뚜기처럼 이곳저곳을 살짝 점프하며 살아온 이도시에서의 시간(산성에서 10년, 태평에서 4년, 분당에서 6년)이 잠시 머물다가는 여행자처럼 이 집, 저 집을 옮겨 살며 허둥지둥 살다 보니, 세월이 흘러 고스란히 아들나이와 같은 20년이 되었고 나는 어느새 오십 줄에 서 있다.
이젠 이곳도 마지막이란 생각에 산책길 이곳저곳을 두 눈에 담아본다.
섭섭한 아쉬움이 밀려오는 걸 보니 그래도 그간 정이 들었나 보다.
매일같이 달리고 있는 탄천변, 휴일에 자주 들리던 율동공원과 중앙공원, 맨발로 걷던 황톳길, 자주 이용하던 도서관과 서점, 탄천에서의 댄스교실, 그 긴 세월에 비해 생각나는 게 많지는 않은 듯….
도시에 대한 애정이라기보다는 직장에 맞춰 근거리의 집을 구하다 보니 어쩌다 터를 잡고 살게 됐고 고향이란 맘보단 잠깐 살게 된 곳이란 생각에 맘을 주지도 받지도 않아선지 이웃하나 사귀지 못한 거 같다.
뭐 그리 바쁘다고 그렇게 살아왔는지….
고향 같은 포근함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상을 평화롭고 편안하게 지낸듯하다.
그간에 희로애락의 순간들, 우리가 신혼을 보내고 아이를 키우고 함께 살며 자란 곳, 아들에겐 학창 시절을 보낸 곳이란 이유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도시다.
잘 살았다 우리, 그리고 고마웠다 도시야.
안녕!
이젠, 이 도시를 떠나 강남이 아닌 먼 강북에 위치한 밑에 받침이 없는 이름의 도시, 원소기호 Cu와 같은 이름의 도시로 이사한다.
그간 살며 느끼던 뻔함을 동반한 안전함, 그 보호막과 흐름을 살짝 비껴가며 새로이 미지의 세계로 발을 담그는,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어쩌면 모험 같은….
이전과는 다른 우리에겐 대(大)이사다. 행정구역도 생활의 터전도 많이 바뀐다. 왠지 강북으로 이동하니 멀리 피해 가는 마음이 살짝 든다.
도시생활이라는 게 별반 다르지 않겠지만, 물리적 변화는 여러 가지 시도와 변화를 동반하기 수월할 테니 이참에 새롭게 맘가짐도 가져본다.
이사해서 새로운 기대를 걸고 시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젠 안 좋은 일들은 훌훌 털고 새롭게 다시 출발하는 기분으로 시작하련다.
새둥지에서는 아쉬움이 남지 않게 잘 살아보자.
우리와 궁합이 잘 맞으면 좋겠다.
술술 풀리길~~
안녕!
P.S
이사처럼, 우리 인생도 허점투성이다.
문이 안 닫히면 문을 갈아서라도 맞추며 우리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
살다 보면 이럴걸 저럴걸, 계획대로 안될 때가 부지기수만
이사든 인생이든 내가 생각한 방향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
#이사 #성남 #구리 #시작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