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봄 내음이 어디 있니?
"봄 냄새가 나네?"
아들이 햇살 가득한 발코니에서 창을 열고 숨을 쉬고 하는 소리다.
고3 아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의외의 소리라, 귀 기울인다.
요즘 생기 없는 얼굴로 학원, 집을 왕복하고 있다가 오래간만에 집에서 나와 함께 낮 시간을 지내고 있는 차에 하는 소리다.
'계절을 느끼며 그렇게 사는 거, 나도 잊고 있었구나!'
아들의 말에 나도 창가로 가 창문을 열고 공기를 마셔본다.
'아직은 봄이 아닌데?'
아들에겐 벌써 봄이 왔나 보다.
어린 나이, 봄 같은 나이, 다가올 봄이 기다려지는….
계절을 가슴으로 먼저 느낄 수 있는 저 나이, 18세.
참으로 감수성이 예민하고 푸릇하고 생기발랄할, 저런 말하는 게 당연한 이상하지 않을 나이인데, 그렇게 커가고 있는 자연스러운 아들의 모습이 입시라는 허들에 갇혀 나조차도 낯설다.
'이 시간 잘 지내고 내년 이맘때쯤엔 대학생이 되어 있겠지!'
잠깐 스치듯 '원하는 대학에 가려면 공부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난 꼰댄가 보다.
아들을 보며 '공부에만 집중하면 되는 걸 왜 못할까?' 의아하게 생각하지만, 나의 그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나이, 참으로 생각이 많았다.
공부, 입시의 압박과 친구관계,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성인 세계에 대한 궁금함으로 공부에 집중하는 게 쉽지 않았다.
머리에 생각이란 게 꽉 차서 너무 복잡하고 숨쉬기조차 힘들다고 느끼기도 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런 문제들로 그랬다는 게 참 풋풋했단 생각이 들지만, 그때는 그게 내 세상이라 어쩔 도리 없이 거기에 갇혀서 나름의 최선을 다했더랬다.
그 좁은 세계를 인식하지 못하니 그 안에서 살 수밖에….
그런데 나는 지금도 매한가지인 듯, 조급함에 계절을 모르고 있다.
거실 창밖으로 보이는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지는 풍경의 봄이 온 듯한 그 모습에 매료되어 창을 열면 아직 찬바람이 쌩쌩 불어 데고 있다. 그리곤 창을 꽉 닫고 봄을 기다리지 않는 나다.
아들처럼, 가슴으로 봄 내음을 맡아볼 여유가 없다고만 생각하는 나를 본다.
건강에, 일에, 돈에, 걱정거리가 머릿속에 가득하다.
그러고 싶지 않지만, 아직도 그 작은 미로를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깨지 않는 한 그 안에 머무름이다.
자꾸만 움츠려 들고 숨으려고 하는 나를 끄집어내서 더 넓은 곳으로 던져버려야겠어.
그 세계를 한 번 더 깨고 성장하도록.
아들아!
아빠도 많이 부족하지만, 좀 더 노력해 볼게.
이 꼰대 같은 모습을 벗어나고 앞을 보며 달려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보자. 성장할 수 있도록, 파이팅!
오늘은 서점에 들러 내게 필요한 책을 천천히 둘러보고, 커피도 허겁지겁 입에 붓지 말고 향기를 음미하며 마셔봐야지.
파란 하늘을 보고 숨을 들이켜며 다시없을 순간의 여유를 만끽해야지.
그리고 아직은 찬바람이 불지만, 나도 그 속에서 실낱같은 봄 내음을 맡아보리라.
희망에 내음을….
P.S
작년 이맘때다.
걱정은 여전하고 여유도 여전하다.
오히려 그때가 희망차 보이는 건……
한 해 동안 산다고 살았는데 나아지질 않았다.
상황은 더더욱 알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듯. 그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책을 펴고 편히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
내게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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