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과 마미손, 아마추어 작가들이 공존하는 곳
카카오톡을 통해 매월 23억 건 발신. 사용자 수 2,900만 명. 누적 작품 수 7,500여 개. 그중 억대 누적 매출을 달성한 작품만도 1천 개 이상. 55개 작품은 무려 10억 원 이상의 누적 매출 달성.
무엇에 관한 이야기냐고요? 지난 11월 여덟 살 생일을 지난 ‘카카오 이모티콘’이 만들어 놓은 커다란 생태계에 관한 설명입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집니다.
『카카오 나우』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여러분의 질문들을 모아 이모티콘 담당자 및 베테랑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림 실력’이 중요한지 궁금해하죠. 이에 대해 카카오 디지털아이템팀 팀장 하이디(Heidi)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림의 완성도보다는 기획력이 훨씬 더 중요해요. 이모티콘이 하는 역할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거예요. 이모티콘은 카카오톡 대화창 안에서 우리의 언어와 세밀한 감정, 수많은 상황 등을 대리해주고 있잖아요. 또 한편 유희 문화이기도 하죠. 최근 큰 인기를 얻은 ‘엄마 덕후’나 ‘단톡방 귀요미’를 보면 특정 관계 간의 대화를 풍부하게 해 주거나 피식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죠. 이모티콘이 나를 표현하기도 하고, 상대를 연상시켜주기도 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가는데 도움을 줘요. 대화방마다 언어적인 표현과 감정의 강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저마다의 분위기에 착 들어맞는 이모티콘이라면 무엇이든 인기를 얻을 수 있어요.”
베테랑 작가들의 원 포인트 레슨도 한번 들어볼까요. ‘모찌, 세숑’으로 유명한 백윤화 작가는
“시각적인 것보다 우선 콘셉트를 정하고 캐릭터로 풀어내니 ‘차별화’를 이뤄낼 수 있었어요. 그리고 메시지를 먼저 다잡고 보니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떠올라서 많은 시도를 할 수 있었어요”
라고 말합니다.
‘오구’를 그린 문종범 작가는 감정표현에 관해 요긴한 노하우를 전했습니다.
“이모티콘을 만들 때 감정의 희로애락 4가지에 집중해서 만들잖아요. 그중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양할수록 좋은 것 같아요. 효과와 소품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요. 캐릭터가 휴양지에 간 콘셉트라면, 나무 그늘과 음료수를 이모티콘에 활용해 여유로운 느낌을 더 살려주는 거죠. 이렇게 주위 상황과 배경까지 생각해보면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해져요.”
내놓은 작품들이 연이어 성공을 거둬 전업 작가가 된 분들도 많지만, 학생이나 주부, 회사원들이 취미 삼아 그린 이모티콘이 큰 사랑을 받기도 합니다. 편한 친구들과의 대화에 놀리듯 사용할 이모티콘이 필요해 생전 처음 쓱쓱 그려낸 작품이 억대 매출을 올렸고(대충 하는 답장. 범고래 작가), 그림에 관심 없던 대학생이 낙서하듯 2초 만에 끄적인 작품의 수익으로 등록금 대출을 다 갚아낸 이야기(이초티콘. 제제 작가)에 언론이 주목하기도 했죠.
신진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이 세계적인 캐릭터들만큼 큰 사랑을 받곤 하는 이유는 뭘까요? 기성 캐릭터들이 고유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면, 신진 작가들의 이모티콘들은 지금의 트렌드를 가장 순발력 있게 담아내 많은 공감을 얻기 때문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이모티콘 트렌드 속에서 2019년 한 해 새롭게 빛난 키워드는 ‘관계형’이래요. 엄마와 딸, 아빠와 아들 등 밀접한 관계를 나타내는 이모티콘이 종전에는 없었는데, 올해 새롭게 사랑받으며 ‘대세감’을 형성했기 때문이죠.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기 멋쩍었는데, 관계형 이모티콘 덕택에 감정 교류가 풍부해졌다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인기 아티스트나 캐릭터의 경우 카카오가 이모티콘화를 제안하기도 하고, 셀러브리티 측에서 카카오에 입점 요청을 하기도 해요. ‘펭수’나 ‘스윙스’, ‘신묘한 힘’과 ‘재일이’, ‘김애용’ 등이 올해 인기몰이를 한 셀럽 이모티콘들입니다. 인기 셀럽 이모티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마미손’은 지난해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 제안 사이트에 직접 로그인해서 시안을 올렸다죠. 입점이 확정된 뒤 최종 권리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본인 확인’ 절차도 거쳤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미손이 누구냐고요? 담당자는 “두건을 벗기지 않고도 마미손임을 확인했다”며 “마미손은 마미손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보안까지 철저한 카카오 이모티콘팀이군요.
창작자들과 함께 쑥쑥 자라나는 카카오 이모티콘.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가 되면서 ‘디지털 스타 등용문’이자 모바일 생활 속 필수재가 됐죠.
‘반짝’하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지금 그려보세요. 2011년 11월, 강풀, 이말년, 노란구미, 낢 등 인기 웹툰 작가들의 캐릭터가 카카오톡 채팅창에 처음 떴을 때, 2012년 11월에 카카오프렌즈들이, 2016년 1월에 톱스타 라이언이 채팅창을 통해 데뷔를 했을 때 이모티콘의 쓰임새가 이만큼이나 풍성해졌을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카카오이모티콘 스튜디오에서 제안해 보세요. 2020년을 빛낸 신인 작가들의 이름 안에 여러분도 포함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