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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 Aug 04. 2020

지금의 카카오를 있게 한 것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기 위해 스스로 발 벗고 참여해온 시간들


카카오톡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카카오만의 문화가 있다. 10여 년 전, 초기 카카오 시절부터 함께해온 두 크루 로이(Roy, 현 카카오브레인 대표이사)토리아(Torea, 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서비스임팩트 파트장)는  지금의 카카오톡을 있게 한 두 가지로 ‘크루 간의 수평적인 관계’와 ‘일에 대한 자기 주도성’을 꼽았다. 카카오톡 서비스만큼이나 혁신적이었던 기업 문화에 관해 두 사람이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문화

카카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수평적인 문화’는 어떤 식으로 자리 잡았을까? 이에 대해 로이는 말했다. 

“회의실 자리가 부족하면 늦게 온 사람이 바닥에 앉았어요. 직급이나 나이는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였지만, 카카오에서만큼은 그렇지 않았죠. 10여 년 전, 당시 최연장자였던 크루 딘(Dean)이 다른 업무 때문에 회의에 조금 늦게 도착한 일이 있었는데, 아무 거리낌 없이 바닥에 앉아 회의에 참여했고 회의는 중단 없이 진행됐죠.” 


처음부터 모두가 이런 낯선 풍경에 쉽게 적응한 건 아니었다. 연장자에게 자리를 비켜 드리는 게 좋지 않냐는 반론도 있었다. 영어 이름을 쓰는 것도 그랬다. 브라이언이라 부르기 어색해 ‘사장님', ‘의장님'으로 부르던 크루들도 많았다. 다만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브라이언은 직접 정확한 호칭을 되짚어주곤 했다.


누군가 업무에 필수적이지 않은 습관적 예의를 갖추려 할 때마다 연장자나 경영진이 권위를 내려놓았고,  그 결과 모두가 안심하고 ‘수평적인 문화’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2020년도의 카카오에서도 자리만 봐서는 그 사람의 직책을 알 수 없다.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가장 안쪽의 넓은, 모니터가 보이지 않는 자리가 조직 책임자의 자리겠지만, 카카오에서는 거의 모든 크루가 같은 공간을 동일하게 나눠 쓰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겨울, 카카오톡 출시를 앞두고 전 직원이 참여한 강원도 홍천 워크샵.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크루들 간의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카카오의 또 다른 자산인 ‘신충헌 문화’를 낳았다. 신충헌이란, 신뢰/충돌/헌신을 줄여 쓴 표현이다. ‘서로 신뢰하는 관계 속에서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해 마음껏 충돌하되, 결정된 사항은 충실히 따르고 헌신한다’는 의미로, 카카오 크루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일종의 행동 수칙이다.


“일찍부터 브라이언은 회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함께 일하는 사람들 사이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신뢰는 서로 간의 이해로부터 나온다고 말했어요. 회사 규모가 크지 않아 모두가 함께 워크숍에 갈 수 있었던 초기, 일 이야기를 배제하고 크루 개개인의 역사에 대해 묻고, 듣는 시간을 가졌었죠. 모두에게 터놓은 개개인의 성장 스토리를 통해 서로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깊어진 이해는 업무적 신뢰로 이어졌어요.”라고 로이는 회상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보다 충분히 고민했을 거라는 믿음,  사람이 결정한 선택이라면 분명한 명분이 있을 거라는 믿음 위에 카카오에서는 보다 많은 것들이 시도됐다. 그런 시도로 탄생한   하나가 ‘카카오톡 공지사항이다. 2010카카오에 합류한 토리아는 클로이(Chloe), 제스(Jess) 함께 일명 ‘카카오톡 공지녀 활동했다. (실제 성별과 무관하게, 당시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지사항 작성자를 ‘공지녀' 지칭함). 조회수를 세는 시스템조차 없던 시절, 그는 공지글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다. 토리아가 말했다.


“이번 업데이트는 어떤 순간에 필요한 기능인지, 또 특정 기능은 언제부터 사용할 수 있는지 등 이용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그들의 언어로 전하고 싶었어요. 대기업 공지사항에서 으레 볼 수 있는 권위적이고 딱딱한 어조를 우리가 굳이 답습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부터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고민 끝에 토리아는 격식을 위한 불필요한 표현은 모두 빼고, 꼭 전해야 할 내용과 이용자들이 기다리는 내용만을 간추렸다. 또 ‘소는 누가 키우나’와 같은 당시 유행어를 버무려 사람들이 즐겁게 읽도록 한 동시에 기업의 권위도 내려놓았다. 이 같은 카카오톡의 공지글은 당시 기업 커뮤니케이션 문구로써 무척 파격적이었고,   이용자들은 즐거워하며 그 내용을 공유했다. 서비스 공지글이 즐거운 콘텐츠가 된 것. 


“공지사항 쓰는 분이 누군지 궁금하다”, “공지글이 기다려지는 건 또 처음”이라는 이용자 반응이 쏟아졌고, 기현상은 입소문을 타고 브랜드 호감도를 높였다. 맡은 일의 본질을 고민한 시도가 서로를 믿고 기회를 열어두는 카카오의 유연한 문화 속에서 기분 좋은 결실을 맺은 것이다.  


하지만 이용자와 친근한 눈높이에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취지가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된 적도 있었다. 카카오톡 보안 시스템 강화 계획을 발표한 ‘외양간 프로젝트’에서는 진중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렇듯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 그에 따른 칭찬과 비난을 고루 받으며 카카오톡은 스스로 보충할 점과 버려야 할 것들을 틈틈이 정립했다. 카카오톡은 커져가는 이용자 수와 함께 한 마디씩 성장했다.


2011년 6월 11일 공지사항. 기업의 대 고객 메시지의 틀을 깬 파격성은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백곰-여우-비버 등 프로젝트명은 애니메이션 뽀로로 가사에서 따왔다.



#자기 주도성

카카오의 성장의 한 축에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가 있다면 또 다른 축에는 ‘일에 대한 자기 주도성’이 있다. 드라마는 TV로만 볼 수 있던 시절, 인기 드라마 한 편이 끝나면 카카오톡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광고 시작과 동시에 중단했던 지인 간의 대화를 다시 시작하느라 이용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카카오톡 개발자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 로이가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드라마가 끝나는 시간이면 모두가 컴퓨터 앞에 대기하고 있었어요. 한 명이 서버를 튜닝하면 또 한 명은 데이터베이스를 튜닝하고, 나머지는 자꾸만 다운되는 서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설계했죠.” 


개인이 아닌 조직이 자발성을 기반으로 현재를 보완하는 동시에 미래를 대비하는 것. 작은 스타트업이었던 카카오가 로켓 성장을 감당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다.  


드라마 관련 트래픽 문제뿐만이 아니었다. 성인물 스팸이 새로운 골칫거리로 대두되던 시절. 제재해야 할 인물이 발견되면 즉시 조치를 취하고, 그 조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을 해야 했다. 하필 산행으로 워크숍을 진행하던 중 문제 사항이 터진 바람에 몇몇 개발자들은 산 중턱에 걸터앉아 자동차 헤드라이트 빛을 받아가며 장애 대응을 한 적도 있었다. 장애 대응이 끝나면 해당 개발자들은 차를 타고 산을 오를 것이라 오히려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고. 수시로 마주하는 문제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기 위해 스스로 발 벗고 참여하는 것. 일에 대한 주인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2011년 4월 1일, 카카오톡 가입자 1천만 명 돌파 기념 파티가 열렸다. 누군가 장난스럽게 적어둔 현수막 문구는 공약으로 바뀌어 2년 2개월 뒤 전 직원이 하와이로 떠났다


카카오에서는 누구나 능동적으로 일한다.  그렇기에 일을 좀 더 말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이제는 너무나도 친숙한 ‘카톡 왔숑’ 알림음의 제작기가 한 예다.


“드라마 <시크릿가든>으로 인해 음성 알림이 한창 인기였던 시절. 우리도 음성 알림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성우를 섭외하고 녹음실을 빌려 작업을 하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크루들은 ‘굳이 그렇게 거창하게?’라는 의문을 가졌죠. 다른 방법을 모색하다가 어린 자녀를 둔 크루들이 스마트폰 녹음기를 켰어요. 그리고 알림음으로 쓸만할 아이들의 말소리를 수십여 개 녹취해 회사로 가져와 투표를 진행했어요.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목소리들을 조금 더 정교하게 녹음했습니다.”라며 토리아가 당시 카카오의 업무 스타일을 솔직하게 들려주었다.  


 결과 널리 쓰이게  “카톡” 알림음의 주인공은 당시 30개월이던 브랜든의 딸이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됐다.  


‘어떤 업데이트도 모두를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시도는 해보자’는 말랑한 취지로 생긴 카카오톡 실험실의 탄생 배경도 이와 비슷하다. 거창한 기능이 아니더라도, 또 거창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그냥’ ‘우선’ 해보자는 뜻이 담긴 것이다. 카카오나 이용자 모두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도록 예나 지금이나 실험실 기능은 ‘바람처럼 나타났다 소리 없이 사라질 수 있음'을 또렷이 공지하고 있다. 


카카오톡이 세상에 나오고 10년이 지난 지금. 앞으로의 10년에도 꼭 남겨야 할 카카오의 DNA로 로이는 ‘자기 주도성’을 꼽는다. 주도적으로 맡은 일을 해내면서 동시에 더 나은 방향성을 찾아 고민해온 과정이 지금의 카카오를 만들었고 또 앞으로의 카카오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토리아는 ‘소통에 대한 의지’를 꼽았다. 크루와 크루 사이, 이용자와 카카오 사이를 잇는 소통에 막힘이 없어야 더 두터운 신뢰로 단단히 다져진 관계를 오래 이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위에서부터 실천하는 ‘솔선수범’과 누구든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하는 ‘수평문화’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찾아 하는 ‘자기 주도성’.  수 없는 좌절 속에서 카카오톡이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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