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실타래.

(생각의 생각의 꼬리를 무는) 2020. 3. 4. 0:13

by maybe



뜨개질을 하다가 가끔 다른 생각에 빠지거나

아니면 너무 집중해서 끊을 때를 놓치게 되면

어김없이 코를 빠뜨리거나 잘못 뜨게 된다.

혹은 너무 자만하다가 잘못 뜬 부분을 전부 풀어내고

가만히 풀어낸 실을 쳐다보게 된다.

분명 나의 탓임에도 불구하고 인정하기 싫다.

여태 떠왔던 결과가 틀렸거나 풀었다가 다시 뜨면

모양도 안 예쁘고 속도나 박자도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오늘도 떴던 실을 일곱 줄 정도 풀어서 다시 떴다.


내게 여러 형태로 남은 실패나 결과들을 떠올리면서

종종 이 실타래처럼 다시 풀어내어 뜰 수 있다면

과연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생각한다.

항상 매 선택의 기로에서 최선을 다했다고는 하지만

이성적인 판단과 선택들이 때로는 마음의 숙제를 남겨두게 된다.

기회비용과 아쉬움에 대한 감정은 특히나 그렇다.

여기서 더 바뀔 것은 없다고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내가 아닌 누군가가 조금 더 노력을 해주었더라면.

무언가 조금은 다른 상황을 품고 싶다.

지금보다 더. 지금보다 오히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결국은

슬프고 허망하게 다시 지금을 인정하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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