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7. 인센스에 불을 붙이며

오늘탐구생활 - 오늘의'좋아요'

by maybe



037. 인센스에 불을 붙이며


그리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인센스를 태운다. 어릴 때부터 산사에서 나는 향 내음을 좋아했다. 마당에서 마른 찻잎이나 쑥잎을 태우다가 불장난한다고 혼나던 시절이었다. 향초나 켜 두며 지내던 20대를 보내고 향을 태우기 시작한 건 30대가 되어서였다. 이따금씩 하나둘 태우다가 애정을 두며 태우기 시작한 건 발리를 다녀온 이후였다. 묵었던 숙소에서도 인센스 향이 났다. 나는 그 피어오르는 연기와 습한 공기 속에서 나는 나무 타는 냄새가 좋았다. 더운 곳이니 벌레를 쫓는 용도와 더불어 기도의 목적이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한 묶음의 인센스 스틱을 거의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길 곳곳에 피워두던 인센스 향이 그리워질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그 해 여름 내내 인센스를 태웠다. 창문을 열어두고 불을 붙이면 이윽고 어떤 향과 함께 타는 냄새가 난다. 나무나 풀이 타는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발리의 어느 곳에, 그리고 또 아득히 멀리 어릴 때 어느 풍경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태우는 것에 의미를 두었던 걸까, 다 타고 남은 향을 맡는 것이 좋았던 걸까. 생각해보니 불을 붙이는 순간부터 재를 치우는 마지막까지 모두 내게는 여운이 남는 행위였다. 특별히 기도를 하는 것도, 명상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따금씩 인센스에 불을 붙인다. 그러면 이윽고 그리운 냄새가 난다. 그것은 아이일 때 도피하듯 잠시 느꼈던 편안함이거나 이방인으로서 낯섦 속에서 머물러 있던 즐거움 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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