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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cingRan Mar 12. 2022

038. 혀 끝에서

내몸탐구생활



038. 혀 끝에서


혀는 칼이 되기도 하고, 꽃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땐 그 이름이 꽃이 되고, 누군가에게 날카로운 말들을 쏟아내면 그 말들은 비수가 되어 꽂히기도 한다. 요새는 손 끝에서 나온 말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생을 놓기도 한다. 결국 머리에서 입으로, 손으로 옮겨져 쏟아내는, 거르지 않은 말들은 타인에게도 자신에게도 결국 독으로 돌아온다는 걸 이제는 잘 안다.


나의 단점은 감정을 말로 푼다는 것. 가끔은 거짓 감정에 쉽게 속고, 열이 오른다. 말로 내뱉으면 그 감정은 누군가에게 닿아 나의 것과 동조하게 되거나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의식하고 좀 더 신경 써야지 하면서도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 제어가 어렵다. 그래서 계속 이렇게 글을 쓰게 된다. 짧은 글, 짧은 감상, 때로는 긴 일기를 끄적여 본다. 나의 혀 끝에서 배설되는 말들이 칼보다는 꽃이 더 많아지기를 작게 소망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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