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9. 서른, 아홉

오늘탐구생활 - 오늘의'좋아요'

by maybe



039. 서른, 아홉


절친 썬과 졍을 만나 셋이 오랜만에 외박을 했다. 단지 1박일 뿐인데, 잠을 잊을 정도로 우리는 열중했다. 겨우 한 끼일 뿐인데, 성대한 식사를 준비할 만큼 매우 진지했다. '프로 시작러'인 나는 장소를 예약했고, '프로 호들갑러' 썬은 화이트와 레드 와인을 들고 왔고, '프로 진심러' 졍은 단골집에서 생선회를 썰어왔다. 화이트 와인은 회와, 레드 와인은 과일과 치즈케이크에 곁들였고,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빵집에서 사 온 호밀빵과 썬이 준비한 스프레드까지 완벽한 맛의 조화였다. 매번 나오는 이야기들, 최근 서로의 근황, 취향과 관계, 감정과 건강, 시답잖은 농담이나 장난, 정치와 연예 등의 다양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쉴 새 없이 떠들어 댔다. 지난밤 내린 빗소리에 우리는 한껏 취했고, 큰 소리로 웃어댔으며, 가끔 분노하거나 흥분하거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밤새 오고 갔던 수많은 이야기들은 우리 안에 또 켜켜이 쌓인다. 그러면서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 너무나 다른 서로를 포용하고, 서로의 결핍과 상처를 끌어안았다. 우리는 계속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앞으로의 40대와 50대, 그 이후의 삶도 자연스럽게 함께 흘러가며 늙어갈 것이다. 물론 삶은 매일 오늘같이 맛있고 즐겁고 유쾌할 수만은 없겠지. 하지만 우리는 잘 안다. 함께 보낸 시간을 원료 삼아 자기 앞의 삶을 충실하고 치열하게 살아갈 거라는 걸. 그러다 보면 오늘 같은 날이 또 선물처럼 우리 앞에 놓일 거라는 걸. 더할 나위 없이 딱 좋은 장소와 날씨, 모든 순간이 새삼 감사하게 되는 하룻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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